"생후 8일에 숨져, 경황 없어 묻었다"…부산서도 '그림자 아이'

[중앙포토]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그림자 아이’를 전수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아이가 죽어 산에 묻었다”는 친모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시신을 매장한 것으로 보이는 야산을 수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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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퇴원한 아이, 자택서 숨져

부산경찰청은 생후 8일 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하고 시신을 매장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40대 여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2월 여자아이를 출산했으나, 태어난 지 8일 만에 사망하자 시신을 야산에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산 기장군은 ‘사망한 아이를 산에 묻었다’는 A씨 진술을 확보해 곧장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A씨가 입원했던 산부인과 진료 기록 등을 통해 매장된 아이가 2015년 2월 4일 태어나 11일 퇴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퇴원 당시 아이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아이는 이튿날인 2월 12일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안일을 하던 중 아이가 갑자기 숨진 것을 발견했다.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어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30일 경남경찰청이 생후 5일 된 아이를 살해해 유기했다고 한 친모 진술을 토대로 경남 거제시 야산 인근에서 아이 시신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A씨에겐 10대 자녀가 한 명 더 있으며, 사건 발생 당시 남편과는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 현재 A씨는 이혼한 상태다. 건강 문제로 직업을 얻기 어려운 A씨는 기장군으로부터 빈곤가정 지원 등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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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유기는 공소시효 만료…‘학대치사’ 살피는 경찰

A씨 진술대로 아이가 사망한 뒤 매장했다면 사체유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A씨가 아이를 출산, 매장한 시점은 2015년 2월이어서 이미 공소시효(7년)가 만료됐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2015년 9월 숨진 아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50대 여성 B씨를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이 긴급체포 승인 요청에 검찰은 “사체 유기죄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려 B씨는 곧바로 석방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스1]

A씨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신생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죽게 하고 시신을 묻은 것이라면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해당 혐의 공소시효는 15년이며 아동이 성인이 된 때부터 기산(起算)된다”며 “A씨 진술 내용을 토대로 매장 위치를 특정했다. 내일(5일) 오전 10시부터 경력 50여명과 수색견 2마리를 투입해 기장군 죽성리 일대 야산을 수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