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다! 엔젤투자]서울 쏠림 심각…'지방소멸' 막으려면

김보경 2023. 7. 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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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클럽 70% 수도권에 편중
'창업붐' 위해 지자체 펀드 조성
민간 네트워킹…투자·협업 추진

편집자주 -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에겐 이사벨 여왕이 있었고,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뒤에는 메디치 가문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최고의 건축가 가우디가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평생 그를 지원한 구엘이 있었기 때문이고요. 이들은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도전을 뒤에서 조용히 도와준 후원자, 지금으로 치면 '엔젤투자자'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를 직접 만나고, 모의투자를 하는 등 기자의 생생한 체험기를 담았습니다.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등록된 국내 엔젤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3만명에 달합니다. 이 통계는 개인이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 후 소득공제를 신청한 숫자입니다. 개인이 스타트업·벤처기업에 투자한 후 3년 이상 보유하면 금액별로 30~10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기 때문에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엔젤투자에 관심에 높습니다.

그러나 엔젤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합니다. 전체 엔젤의 43%에 달하는 1만2600여명이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경기 6800여명(23%), 인천 1000여명(3.5%)을 합치면 엔젤 10명 중 7명은 수도권에 있는 셈입니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 전문엔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전문엔젤은 총 256명인데,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약 90%가 집중됐습니다. 울산, 대구, 경북, 세종에는 전문엔젤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강원, 전북, 충북에는 한명씩 있었고요. 엔젤들의 동아리 격인 '엔젤클럽' 역시 전체 257개 가운데 70%는 수도권에 소재했습니다.

엔젤투자는 초기 스타트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청년 창업이 활성화되고 벤처기업이 늘어나려면 엔젤들이 뒷받침해줘야 하는 거죠. 특히 전문엔젤의 경우 5000만원 이상 투자한 기업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어 큰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역에는 엔젤이 턱없이 부족해 지자체 관계자들의 걱정이 큽니다. 박선희 충북도청 경제기업과장은 "그나마 남아 있던 스타트업들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후속 투자와 인력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푸른 숲을 이루려면 새싹이 자라야 합니다. 식물이 없는 토양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싹과도 같은 스타트업이 줄어들면 일자리 감소→경제 위축→지방 소멸의 수순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창업 붐'을 일으키기 위해 지자체들이 펀드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충북도는 '창업펀드', 경기 수원시는 '새빛펀드'라는 이름으로 각각 1000억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대구시는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벤처펀드, 경북도는 지역뉴딜벤처펀드 조성에 착수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엔젤이 되려면 개인이 직접 기업에 투자하거나 개인투자조합을 이뤄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개인투자조합은 공모가 아닌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방식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기업을 홍보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몇년 전에는 원금 보장과 수익을 보장한다며 강남·목동 아파트 단지 내에 홍보물을 올리고 사업 설명회까지 진행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기업을 다수에게 소개할 수 없다 보니 더욱더 네트워킹을 쌓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37기 전문엔젤 양성 교육이 펼쳐진 충북에서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민간에서 더드림벤처포럼, 충북창업노마드포럼 등을 구성해 선후배 창업자와 투자자·정부기관·학계 관계자 등이 정례적으로 만나 소통하고 있습니다. 진병기 더드림벤처포럼 회장은 "지역 기업인들 간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협업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포럼을 결성했다"며 "매월 1개 이상의 개인투자조합을 구성해 유망 중소기업에 투자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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