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멈춘 한화, 강약약강 넘어야 가을야구 보인다
[이준목 기자]
행복했던 연승 행진은 일단 막을 내렸다. 탈꼴찌라는 목표가 가까워진 지금, 이제는 가을야구라는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눈높이를 올릴수 있을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6월 21일 KIA전부터 7월 1일 삼성전까지 파죽의 8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2005년 6월 4일 두산전부터 12일 LG전 이후 무려 18년 만이었다. 지난주 마지막 경기였던 2일 삼성전에서 1-2로 석패하며 9연승은 아깝게 실패했지만, 만년 꼴찌 취급을 받던 한화의 돌풍은 지난 열흘간 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8연승의 가장 큰 소득은 역시 한화 선수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데 있다. 연승기간 동안 한화는 10개구단중 팀 평균자책점 1위(1.75)를 달성했고,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이 내준 실점이 4점에 불과했다.
또한 이 기간에도 타선의 팀타율은 6위(.272)에 불과했지만, 팀 홈런이 10개로 리그에서 2번째로 많았고, OPS(출루율+장타율)는 3위(.793)로 필요한 순간에 점수를 뽑아내면서 투타의 조화가 맞춰졌다. 특히 주포 노시환은 시즌 성적 .315(9위) 17홈런·52타점(이상 2위)을 기록중인데 연승기간동안에만 팀이 기록한 홈런의 절반에 이르는 5홈런에 10타점을 몰아치며 맹활약했다.
6월 20일까지 한화는 당시 9위 삼성에 1.5경기 차 뒤진 10위였다. 하지만 8연승 이후 한화의 순위는 계단이나 상승하여 현재 리그 8위(31승38패4무)까지 올라왔다. 현재 최하위로 떨어진 삼성과는 5.5게임으로 격차를 벌리며 4년만의 탈꼴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심지어 이제는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5위 두산(35승36패1무)과의 승차가 고작 3경기에 불과하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 시절인 2018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것이 최근의 마지막 가을야구였다. 범위를 넓히면 최근 15년간 가을야구에 나간 것은 2018년 한 번 뿐이었다. 한화는 양대리그 시절인 1999년 한국시리즈 제패가 유일무이한 우승 기록이고,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를 밟아본 것도 류현진(토론토)의 데뷔시즌인 2006년으로 무려 17년전이다. 그만큼 한화 팬들에게 가을야구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한화로서는 8연승이라는 놀라운 상승세가 한번 끊긴 이후의 흐름이 중요하다. 7월 중순 올스타브레이크까지는 이제 9경기가 남아있다. 한화와 9위 KIA와의 승차는 아직 0.5게임에 불과하다. 여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화가 시즌 후반기 5강권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지, 아니면 하위권으로 다시 내려앉을지의 분수령이 될수 있다.
연승기간 동안 한화는 3위 NC를 제외하면 모두 7-10위 하위권 팀들을 만났다. 한화는 올시즌 NC(3승 4패)에게만 아주 근소하게 열세일뿐, KT(4승1무 1패), KIA(6승 3패), 삼성(6승 4패)에게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NC와 KT전에서는 3연전 기간동안 한번씩 4-5선발이 등판할 타이밍에 우천취소 경기가 발생하는 행운도 겹치며 유리하게 연승 흐름을 이어갈수 있었다.
한화는 8연승 동안 1~3선발 페냐, 산체스, 문동주가 나란히 2승씩을 책임졌다. 나머지 2경기는 모두 한승혁이 등판했는데 각각 4이닝 무실점(6월 22일 KIA)과 3이닝 4실점(28일 KT전)을 기록하며 기복을 보였다
앞으로의 9연전은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한화는 4위 롯데(홈)를 시작으로 2위 SSG(홈)-1위 LG(원정)까지 강팀들을 잇달아 만난다. 심지어 상대전적도 롯데에 3승 5패, SSG에 1승1무 4패, LG에 3승 1무 5패로 한화가 모두 밀리고 있다.
다행히 전반기 남은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화보다 순위가 높은 두산(3승 6패)과 키움(2승 1무 5패)에게도 약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강팀과의 격차를 만회하지못한다면 가을야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화전으로서는 연승이 중단된 직후, 9연전의 첫 상대인 롯데전에서 어떤 분위기를 이어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롯데가 비록 6월 이후 큰 하락세를 타고 있기는 하지만, 한화는 올시즌 롯데전에서 팀 타율 .225로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와 롯데 양팀 모두 이번 3연전은 토종 투수간들의 매치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선발로테이션상 1,2차전에서 최근 구위가 가장 좋던 페냐-산체스 원투펀치를 가동할수 없는 한화가 초반 무게감에서는 다소 밀린다. 첫 경기에서 롯데는 팔꿈치 부상을 안고돌아온 나균안(6승 2패, 자책점 3.14)이 출격하는 반면, 한화는 한승혁(1패, 5.18)을 선발로 예고했다.
나균안은 올시즌 한화를 상대로 3차례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한승혁은 올시즌 롯데전에 한 차례 등판했는데 1.1이닝 4피안타 1볼넷으로 2실점으로 부진했고, 롯데전 통산 기록도 27경기 1승2패 3홀드 평균 자책점 8.03으로 좋지않았다.
이어 5-6일 경기에서는 한화가 한승주(1승 2패, 3.62)와 문동주(5승 5패, 3.52), 롯데는 이인복(1패, 6.30)과 박세웅(4승 2패. 2.50)의 순서가 유력하다.
타선에서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의 활약이 변수다. 윌리엄스는 합류 후 5경기에서 타율은 아직 2할(20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임자인 오그래디 보다는 낫다는 평가지만 아직은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 그동안 롯데에게는 유난히 맥을 못추고 있는 중심타자 노시환(롯데전 타율 .182, 2홈런 4타점)과 김인환(타율. 154)의 활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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