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아쉬운 고졸 채용전형 [가봤더니]

심하연 2023. 7. 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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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 개회식에 참여했다.   사진=심하연 기자

“저희를 뽑으려는 중견기업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상담 많이 받고 가고 싶어요.”

로봇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민식(19)군은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박람회 시작은 오전 10시였지만 최군은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오전 8시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2023년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는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1홀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했다. 사전예약자만 5000명에 다다른 이날 행사는 입장 전부터 ‘오픈런’이 이어졌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줄지어 서서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이날 박람회에는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과 중견기업계가 구직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서울로봇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백시현(19) 양은 “학교에서도 중견기업이 대기업 못지않게 좋은 곳이라고 말하지만 회사에 대한 정보나 취업 방법 등을 얻기가 어려웠다”며 “저희도 참여할 수 있는 이런 중견기업 박람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자리박람회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참여에 중점을 뒀다. 실제로 지난해 박람회에는 ‘고졸자’를 채용하는 기업이 7개밖에 없었지만, 올해는 24개로 늘었다.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과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비투비(B2B, 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인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학생들도 중견기업 취업을 원하고, 기업도 고졸자 채용 의사가 있어 서로의 정보차를 줄이고 매칭시켜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박람회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입장한 지 1시간만에 대기를 마감한 부스도 있었다.   사진=심하연 기자

오전 10시, 관람객들이 행사장 내로 입장했다. 박람회에 있는 104개의 부스가 금방 취업을 준비하는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부스에는 두세 명의 관계자가 구직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40분이 되자 각 부스별 대기시간은 100분을 훌쩍 넘겼다. 이미지 컨설팅, 퍼스널 컬러 진단, 자소서 컨설팅, 현장매칭관 부스는 인파가 몰려 오전 11시에 대기를 마감했다.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은 이채현(26·여)씨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여했다. 이씨는 “울산에 살고 있는데 박람회 참가를 위해 어제 서울로 올라왔다”며 “외부에서 컨설팅을 받으려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자소서에서 걱정되던 부분이 있었는데 꼼꼼하게 봐주셔서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부스가 훨씬 풍성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위해 게시판의 참가 기업 채용 정보를 살피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7회째 이어져 오고 있는 중견기업일자리박람회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했다.

부스를 둘러보던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취업시장도 더 활발해질 취업시장에 맞춰 기업 갯수도 지난해에 비해 30개가량 늘리고, 행사 규모도 키웠다”고 전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행사장 곳곳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였다. 김모 군은 “고등학생을 채용한다고 하는 기업 세 군데에서 상담을 받았다. 중견기업 취업이 막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부분을 준비해서 지원해야하는지 자세히 알려 줘서 좋았다”며 “오는 8월에 채용 공고가 뜬다고 해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 취업하고 싶다는 이지연(가명)양은 “세 군데나 상담을 받았다”며 “홈페이지만 봐서는 어떤 회사인지 잘 감이 잡히지 않고, 실제로 고졸자를 채용하는지 의심스러웠는데 궁금한 점이 많이 해소되어서 좋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구직자가 고졸자도 채용 가능한 기업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심하연 기자
그러나 아쉬운 점도 보였다. 규모를 늘렸음에도 참가인원이 많아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다. 한송이(24.여)씨는 “꼭 가고 싶은 회사가 있어 입장하자마자 뛰어갔는데 이미 12팀이 대기를 하고 있어 220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제약 분야 회사가 네개밖에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관람객이 많이 찾았던 부스들은 오후 2시 가량 모두 대기를 마감하기도 했다. B기업 관계자는 “상담을 제대로 해주려다보니 인당 15분 이상 시간이 걸렸다”며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고졸자 학생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졸자 채용 전형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학력무관’ 조건으로 지원해야 했다. 채용 분야의 한계도 있었다. 고졸자 채용 기업 대부분은 서비스직 및 CS 담당 분야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박람회를 방문한 마이스터고등학교 선생님 A씨는 “아직 채용 분야가 한정적인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중견기업들이 올해 고졸 취업자를 폭넓게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학교로 직접 설명회를 오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향후 채용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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