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 '데드라인' 정한 김진표... "불퇴전의 결단 필요"
[곽우신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선거제도 협상, 7월 15일까지 끝내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개편안의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4일 낮,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진행된 김진표 국회의장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1차 시한으로 '7월 15일'을 제시했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은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라며 "국회의장은 여야 당대표들도 1:1로 만나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라고 짚었다. "약속대로 오늘(4일)부터 본격적인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자"라며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여야 지도부가 책임 있게 각 당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약속대로 7월 15일까지 충분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라는 진단이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여야협상이 끝나면 7월 17일, 협상 결과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이관하고,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라며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여러 현안으로 인해 여야 갈등이 격렬해지면서, 국회에서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김진표 의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여야를 동시에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일찍이 선언한 김 의장은, 남은 임기 동안 선거제도 개편을 지상과제로 삼고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이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선거제 개편 이야기로 시작해 선거제 개편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선거구 획정 시한 이미 세 달 가까이 지나... 하루속히 끝내야"
김진표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극한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현행 선거제도에 있다"리며 "지금 우리 선거제도는 한 표만 더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극단적인 승자독식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극단적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때문에 우리 정치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이제, 사실 여부를 떠나서 거침없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국민 일반의 보편적 지지를 추구해야 할 우리 정치가 열성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지난 1년, 우리 국회는 이런 퇴행적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라며 "이처럼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는,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고 선언했다. "법으로 정한 선거구 획정 시한이 이미 세 달 가까이 지났다"라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선거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위법 상황을 하루속히 끝내야 한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을 헌법정신과 선거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치러내기 위해 다음 주까지 선거법 협상을 끝내고 후속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며, 국민에게 선거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또 선거법을 둘러싼 위헌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원 정수 축소? 하나의 정치적인 협상 전략"
하지만, 현재의 국회 상황에서 과연 김진표 의장이 제시한 시한대로 거대양당이 움직일지는 미지수이다. 현장의 기자들로부터도 관련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은 "지금 (제헌절까지) 2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하니까,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그게 과연 되겠냐'라는 걱정을 하시는 질문 같다"라면서도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그동안 예년의 다른 선거법 개정 때와는 달리 지도부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각 당 내에서 의견을 모으고, 토론하고, 숙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라며 "지금은 각 당이 어느 정도의 선거법 협상에 관한 입장을 정의했다고 생각하고, 지도부 중심으로 이것을 협상 과정을 통해서 결정지어가면 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김기현 당 대표를 중심으로 '의원 정수 축소'를 내건 데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김기현 대표가 의원 정수 축소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사실상 선거제도 개편 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김 의장은 "일부 정당에서 또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국민들의 민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된다'라는 정치적 주장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하나의 정치적인 협상 전략으로서 그런 주장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의원 정수 문제를 줄이냐 늘리냐'하는 것이 선거법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언론에도 한 가지 협조의 말씀을 당부드린다"라며 "과거의 선거법 협상 과정을 보면 각 당은 자기가 갈 길을, 예를 들면 부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어떤 때에는 대전까지만 가는 방안을 슬쩍 띄워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부산을 넘어 후쿠오카까지 가는 안을 과장해서 띄우기도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그런데 언론에서 이제 그거를 증폭 보도를 하면 상대 당의 의총이나 이런 과정에서 극렬한 비난, 비판이 이루어지고 그러다가 협상이 좌절되고, 깨지고, 다시 또 몇 달 흘러가고 이런 경우가 많았다"라고 회고했다. "최종 협상안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언론도 좀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고, 또 두 정당에서도 그런 보안을 지켜가면서 그래야 솔직담백한 서로 자기들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면 협상이 더 촉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라는 부탁이었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김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파부침주"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그는 "큰일을 할 때는 솥단지를 부수고 배를 강물에 가라앉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길을 모두 끊고 결연히 앞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말"이라며 "선거제도 개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시간, 우리는 먼 길을 왔다"라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부터 전원위원회 토론, 국민 공론조사까지의 과정을 짚었다.
김 의장은 "모두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헌정사상 유례없던 일의 연속이었다"라며 "또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없던 그런 공론조사와 같은 도전도 있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결론은 분명했다. '승자독식과 극한 대립의 정치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제 마지막 한고비가 남았다. 지금 국민은 여야 지도부가 정치개혁의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하고 있다"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솥단지를 부수고, 돌아갈 배를 강물 속에 가라앉히는 불퇴전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며 "다시 과거로 돌아갈 일은 이제 없다.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라며 거대 양당의 결단을 재차 촉구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외교부 '공탁' 효과? '역사정의 시민모금' 1억 돌파
- 광주지법, 일제 강제동원 관련 정부 공탁 '수리 거부'
- IAEA 사무총장, 일 외무상과 회담... "최종 보고서 오후 공개"
- 윤석열 정부, 왜 70년 만에 일본의 부조리를 따라 했을까
- "8만명 밥벌이가 걸렸다"... 전기차 늘어날수록 불안한 사람들
- 이상하고 수상한 '이장'의 세계
- '조봉암 재평가'에 가려진 윤석열 정권의 진짜 속내
- '오염수 방류 반대' 발언하다 끌려나간 시의원... 씁쓸합니다
- [오마이포토2023] 시민단체, '공탁 철회' 촉구 외교부 앞 긴급회견
- 수조물 드신 국민의힘 의원님, 정말 괜찮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