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방중 앞두고 반도체 역공…中, 한·미·일 겨냥 핵심소재 수출 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6~9일)을 앞두고 중국이 반도체 전쟁에 반격 카드를 내놨다. 중국이 생산을 장악한 첨단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오는 8월 1일부터 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옐런 장관 방문 시점에 맞춰 역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으로서도 갈륨·게르마늄의 수급 조사와 함께 여타 핵심 반도체 원료의 수급 다각화가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오후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해관법의 관련규정에 근거해 국가 안보와 이익 수호를 위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출 업체는 수입 업체 및 최종 사용자 관련 서류 등을 지방 상무부에 제출한 뒤 상무부와 국무원(정부)의 승인을 거쳐 수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수출할 경우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선 갈륨은 은빛 금속으로 고성능 반도체 재료로 사용된다. 회백색 금속인 게르마늄은 트랜지스터, 광섬유 통신,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 다양한 전자 장치 제조에 사용되는 반도체 소재다. 중국은 세계 1위 갈륨·게르마늄 생산국으로 게르마늄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72%를 차지한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에 반도체 칩 및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다. 유럽과 일본엔 수출 통제 협력을 요청했다. 미국에 호응해 일본은 고성능 반도체 제조 장비 23종의 중국 수출을 이달 23일부터 통제한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핵심 장비업체인 ASML은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 수출 중단에 들어간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장비와 기술을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이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칩과 관련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에 라이선스를 신청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놨다. 이에 중국 외교부·상무부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조치에 반발해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에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중국 반도체 소재 업체의 한 임원을 인용해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중국 제조업체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론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를 무기화하면서 그간 중국이 생산을 장악한 핵심 광물의 수급을 다각화한다는 서구의 디커플링(위험제거) 전략 역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것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일본·네덜란드 등이 시행하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선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 정부는 관련 법에 따라 수출 제한을 시행했고, 이는 국제관례이며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시종일관 세계 산업망의 안전과 안정 유지에 주력하고 있고 공정·합리·비차별성의 수출 규제를 시행해 왔다”고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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