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외치던 정부, 결국 성장률 1.4%로 낮췄다
[조선혜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정부의 정책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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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반기까지 36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에 대해서도 뚜렷한 재정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금융과 부동산 규제를 추가로 풀기로 했다. 정부 재정이 아닌 금융정책으로 부족한 나라살림을 충당할 경우 다중 채무자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 등의 규제완화 역시 임차인을 위한 대책이 아닌 단순 집값 하락을 막기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 부진으로 당초 예상치인 1.6%를 하회하겠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되고 내년에는 본격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민간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가는 당초 예상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서비스업 상방 압력에도 점차 완화되며 올해 3.3%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망 당시 수치인 3.5%에서 0.2%포인트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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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세부안으로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을 제시했지만, 상반기에 이미 36조원이 넘는 세수 결손에 대한 재정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는 "8월 말~9월 초 세수 재추계를 실시하고, 세계잉여금·기금 등 여유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등 예산을 차질없이 집행할 것"이라며 "여유 재원 활용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력·민생 중심으로 예산을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금융은 하반기 중 당초 계획보다 13조원 확대한 242조원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30일 사전 브리핑에서 "최근 세수 여건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악화하는 만큼, 그 정도 수준의 것들은 최대한 가용 재원을 활용하겠다"며 "추가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선 정책 금융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살림이 부족해질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이 아닌 금융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날 부동산 규제 완화 계획도 밝혔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임대소득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RTI는 1.25~1.5배에서 1배로 낮추고, 개인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합동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추경호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202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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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상태에서 세수 결손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경기를 다소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얘기"라며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게 되면 수출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인데, 대외적 여건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가계부채 문제가 내수에 절대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인데, 내수와 수출 전망이 나아지지 않으면 기업들도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며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더 좋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출 완화, 집값 하락 막기 위한 것...역전세 해결방안 아냐"
정 교수는 "재정을 확대하지 않고 정책 금융을 확대하는 것은 '부채 주도형 성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는 긴축재정에 집착하지 말고, 재정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 정책으로 모든 걸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경우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다중 채무자들에게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서라도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임차인 보호가 아닌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겉으로는 임차인 보호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정부가 투자에 실패한 집주인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며 "역전세는 집주인들이 집을 팔아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만든 정책이다. 역전세 해결 방안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역전세 DSR 완화,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은 사실상 모두 집값 떠받치기 정책"이라며 "(부동산 경기 활황 당시) 우후죽순 생긴 건설사들을 정리해야 할 기회인데,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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