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체감 성과” 강조…부족한 ‘실탄’이 발목 잡을라 [2023 하경방]

장정욱 2023. 7.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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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경제활력·민생경제·체질개선 방점
긴축재정 기조 속 경기 부양 목표
재정 투입 한계에 효과 미지수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관광객과 시민으로 붐비고 있다.ⓒ뉴시스

정부는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민 체감 성과 창출’을 강조했다. 상반기 정책 틀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실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인데, 현재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를 대비한 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자유시장경제 복원’과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거시 정책 방향도 내놓았다.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건전재정 기조 아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쉽게 말해 경기 부양을 위한 ‘총알’이 준비돼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졸라맨 허리띠로 공공기관과 중앙 부처 모두 강도 높은 ‘재정 다이어트’에 돌입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수(세금)마저 5월 기준 지난해보다 36조4000억원이 덜 거둬졌다.


이런 상황에 ‘차질 없는 재정집행 및 정책금융·공공기관 등 15조원+α 추가재원 투입’이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안 쓰고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부가 이렇게 (재정을) 안 쓰면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며 “이렇게 가면 재정 절벽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8~9월 세수 재추계를 추진하고 세계잉여금이나 기금 등 여유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고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수출마저 묘책 안 보여…물가는 안정세

사실상 하반기 경제 회복 열쇠를 쥐고 있는 수출도 묘책은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는 10대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무역사절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수출 바우처 이용 편의 제고, 수출 다변화 중소기업 우대 계획도 밝혔다.


이런 내용은 과거 정책과 차별성이 없다. 그나마 하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184조원의 무역금융 지원 정도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대목이다.


내수 활성화는 대규모 소비행사를 개최하고 연계 할인행사로 여건을 만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해외 관광 수요를 국내 지역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한 쿠폰 30만 장을 발행하는 방안은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정부가 이미 지난 3월 말 내수 진작을 위해 숙박쿠폰 등을 추진한 바 있으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 따르면 지난 5월 고속도로 통행량은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차량 연료 판매량도 8.1% 줄었다.


5월은 근로자의 날(1일)을 전후로 연휴였다. 어린이날을 포함된 5~7일도 쉬는 날이 이어졌다. 부처님 오신 날 또한 대체공휴일로 27~29일까지 3일 연속 쉴 수 있었다. 이른바 ‘황금연휴’가 세 차례나 이어졌음에도 국내 여행은 오히려 줄었다.


정부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숙박과 연계한 고속열차(KTX·SRT) 할인을 제공하고, 도시 순환 버스도 확대한다는 데 효과는 지켜볼 노릇이다.


하반기 경제 활성화 요인 가운데 그나마 기대할 대목은 물가다. 1년 전 6%에 육박하던 물가는 최근 들어 3%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일부 식품 경우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시키는 등 시장에 직접 개입할 정도로 물가 안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물가도 위험 요인은 남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식량 가격 급등락과 하반기로 미뤄놓은 공공요금(전기·가스료) 인상이다. 기재부는 공공요금 경우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에너지 공급 기관이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세제 개선과 노동시장 개혁, 규제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생산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가격변수(최저임금, 금리, 물가 등)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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