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담 줄어든다…역전세 반환 대출 땐 DSR 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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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역전세' 상황에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에 적용되는 규제가 1년간 한시 완화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한도가 DTI(총부채상환비율) 60%로 늘어나는 식이다. 부동산 세제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로 유지하고, 전세 시장 왜곡을 부른 '임대차 3법'은 손질한다.
정부는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하 하경정)을 발표했다. 상반기 경기 둔화·수출 부진이 지속하면서 이날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1.6%)보다 떨어진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제활력 제고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미래 대비 기반 확충 등을 병행하기로 했다.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다'는 방향성은 반년 새 '물가 안정에 유의한다'로 누그러졌다.
경제의 '상저하고' 전망 속에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 안정'에서 '경제 활력'으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도 하반기 수출 확대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는 위기를 극복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하는 한국 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한 변곡점"이라면서 "수출 확대를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발표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수출 감소율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무역 반등의 조짐이 나타난 바 있다.
정부는 하반기 거시·금융 관리 강화 차원에서 재정 집행 시 15조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은 내년 사업을 앞당기는 식으로 2조원을 더 집행하고, 정책금융도 당초 계획 대비 13조원 늘어난 242조원을 공급하게 된다. GTX-C를 비롯한 민자 사업도 올해 투자 목표인 4조3500억원을 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수출·투자로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총력 지원할 계획이다. 하반기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인 184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국내 건설사의 해외 자회사 대여금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한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의 국내 '유턴'에 대해선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지원을 강화하고, 가업 승계 세 부담 완화와 '벤처 활성화 3법' 개정 등도 추진한다. 또한 내수 활성화 차원에선 국내 숙박 쿠폰 30만장 지원, 외국인 관광객 항공권 700장 증정 등도 진행한다.
민생 안정을 위해선 특히 '역전세난'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침체가 금융 시장, 실물 경제 전반의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어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표적으로 7월 말부터 전세가 하락에 따른 보증금 차액의 반환 목적 대출에 한해 1년간 규제 완화에 나선다. 보증금 반환 기일이 도래하고 역전세 상황에 부닥친 집주인이 지원 대상이다. 이러한 개인에 적용되는 DSR 40%는 DTI 60%로 바꿔 적용한다. 연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을 따지는 DSR과 달리 DTI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이라 대출에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 연 4%에 30년 만기 대출을 하는 연 소득 5000만원 차주는 다른 대출이 없을 경우 1억7500만원 정도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같은 대출 조건일 때 연 소득 4000만원, 1억원인 사람은 한도가 각각 1억4000만원, 3억5000만원씩 커진다. 구체적으로 연간 5000만원을 벌고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 주택(최근 3개월 평균 전셋값 약 6억4000만원)을 보유한 '역전세' 집주인 A씨(기존 주담대 1억5000만원)의 경우 지금보다 1억4000만 넘게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다. 규제 지역 임대사업자의 RTI(임대소득/이자비용)도 1.25~1.5배에서 1배로 낮춘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대출 한도 예외 적용은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만 제한하기 때문에 갭투자에 쓰일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지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80%로 환원하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60%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 비율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을 되돌린다는 취지에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20년 주택분 종부세 금액이 1조5000억원이었는데, 올해도 60%를 적용하면 그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0%로 올렸을 땐 일부 다주택자에게 (종부세) 역전 현상도 있어 국민 세 부담 완화를 감안해 60%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밖엔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비롯한 주택 구입·전세자금 23조원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달부터 청년층을 대상으로 전세금 반환 보증료를 30만원까지 전액 지원한다.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인하해준 임대인에 대한 세제 지원 일몰 기간은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연장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차 신고제·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의 합리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은 하반기 중 인상을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다. 8월 결정될 내년 건강보험료율의 인상도 최소화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서민 교통비 절감을 위한 추가 방안도 8월 중 마련키로 했다.
다만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규모 재정 투입 등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방기선 차관은 "섣불리 경기 반등 효과를 진작하기 위해 재원을 투입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는 없겠지만, 정책금융과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수출의 동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하경정을 두고 '새로운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건전 재정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바닥을 지나는 경기를 끌어올리려면 실질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규제 완화도 대출 확대 등을 부추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고 진단해놓고 '건전 재정 할 테니 지출을 줄이겠다'고 경제 방향을 잡으니 쓸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서 "하반기 경제가 견딜 수 있게 재정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가 심각한 수준이고 전세 가격도 하락세라 역전세 문제가 더 커질텐데 대출 규제를 완화해 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가는 건 우려스럽다.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식에 가까워 역전세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ㆍ이우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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