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웅이 반박하다] 불공정·불평등 외면한 ‘반기업’ 손가락질 정당한가
타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여선웅 전 쏘카 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대한 날선 비판을 했다. 문제 제기에 감사하지만 몇 가지 반박할 것이 있다.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를 현장에서 정면으로 다루는 몇 안되는 정치세력 중 하나가 그나마 있다면 그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다. ‘그나마’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만큼 정치권에 불평등 불공정 문제를 다루는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 세력 중에 불평등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는, 생각나는 집단이나 정치인이 있는가? 남양유업 가맹점주 문제, 스타트업 기술탈취 문제, 전세사기 세입자의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불공정 문제에 집착하는 곳이 그나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다.
을지로위,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 해결에 기여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강자인 대기업, 재벌 그리고 기득권 세력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을지로위원회는 탄생부터 지금까지 ‘반기업’이라는 무수한 비판과 공격을 무수히 받으면서도 ‘불공정 피해자’를 대변하는 일을 묵묵히 해왔다. 누군가에게 유리한 일은 반드시 누군가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을지로위원회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점은 비판받고 변화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약자들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해온 집단의 성과를 없애고 지우는 게 민주당의 혁신이라고 주장하면, 그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약자들의 편에 선 정치는 민주당 구성원이 스스로 깎아 내릴 것이 아니라 고쳐가고 살려가야 할 정치이다.
여객운수법 개정은 협상의 결과...타다금지법 아냐
타다 서비스가 없어진 것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휠체어를 타는 내 지인은 타다 서비스가 없어진 것에 구체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 가격에, 택시와 다른 서비스가 한국사회에 필요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마련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필요한 서비스라고 해서 모든 게 용인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택시 관련한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면서 기존 택시 사업자들과 새로운 사업자 간의 갈등이 깊었다. 당시 택시 기사 5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택시 번호판을 쓰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존 택시업자는 택시 영업을 하면서도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 새롭게 등장한 주체들에게 문제 제기했다. 갈등은 깊어졌고 중재가 필요했다. 관련 주체들이 수차례 협상을 통해 운수산업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정치권은 이를 통과시켰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 등 모빌리티 혁신기업 7곳도 ‘타다금지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혁신 금지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과도하다.
운수산업법 개정안이 혁신을 모두 막는 법이었다면 법 개정 이후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와 SK가 함께 만든 우티 서비스는 혁신이 아니어서 지속되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갈등을 중재했던 지난 노력을 부정하기 보다 지금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고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지금 더 필요한 일이다.
을지로위는 민생정당으로 가는 교두보 역할
경제규모 세계 10위 국가, 국민소득이 1인당 3만5000달러가 넘는 국가이지만 불평등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양극화된 삶은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 단절하고 있다. 전세사기 참사로 4명의 청년이 스스로 세상을 뒤로 했다. 불안과 냉소, 낙담은 줄어들고 있지 않다. 투표권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지만 현실의 정치는 1인 가구보다는 4인 가구에게, 비정형노동자보다 정규직 노동자와 기업가들에게 더 친숙하고 가깝다. 정치가 해야할 일은 여기에 있다. 시민 각각이 가진 정치적 목소리의 크기를 같게 맞추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민주화 이후 민주당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민주당의 혁신은 그동안 반독재 세력과 싸워온 투사에서 반 불평등과 싸우는 민생정당으로, 변모하는데 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한국사회 존립을 흔들만큼 심각해졌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는 더 이상 국민들 앞에 설 명분이 없다. 민주당 혁신은 평등을 향한 여정이어야 한다.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책위원
※이 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여선웅 전 소카 본부장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왜 반기업의 상징이 됐나’에 대한 반박글입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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