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땐 포렌식도 안했다…'전교조 특채 의혹' 재조사끝 고발
감사원은 김일성 찬양 등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형 판결을 받고 2009년 해임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을 2018년 특별 채용한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을 직권남용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4일 밝혔다. 감사원은 김 전 교육감이 채용 공고를 낼 당시 ‘교육활동 관련으로 해직된 자’라는 전교조 맞춤형 채용 조건을 만들어 불공정 채용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지원 요건이 협소해 지원자와 합격자 모두 전교조 해직교사 4명뿐이었다. 사실상 내정자들이 뽑힌 것이다.
감사원은 김 전 교육감이 “맞춤형 채용의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법무법인 1곳과 법률사무소 2곳의 자문 결과와 해당 사안에 대한 부교육감의 서명 거부에도 해직교사 채용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김 전 교육감은 실무진이 채용공고 초안에 작성한 ‘부산교육청 관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퇴직 교원’이라는 지원 자격에 대해 “범위가 너무 넓으니 채용대상을 해직자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부산대 교수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에서 활동해 온 김 전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진보단일 후보로 부산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지난해 낙선 뒤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정의당 추천)으로 활동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특혜채용 조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5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익감사 청구로 시작됐다. 이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 사무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부산시교육청에 대한 기관주의를 내리려 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있지만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재조사가 이뤄졌고, 감사원은 관련 증거와 진술을 뒤늦게 확보해 고발이란 새로운 결론을 내놓게 됐다.
감사원의 부산시교육청 첫 현장 조사는 2021년 12월 22일 시작됐다.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맞물려 화제가 됐던 사건이지만, 투입된 감사관은 3명이고 조사 기간도 6일에 불과했다. 포렌식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감사원은 “교육감의 재량 범위 내 결정”이란 부산시교육청의 해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인 지난해 6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감사위원회의의 재조사 권고와 유병호 사무총장의 “철저 조사” 지시가 내려졌다.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올해 3월 부산시교육청에 대한 2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감사관 5명이 투입됐고 조사 기간도 15일로 늘어났다. 감사원은 채용업무 담당자의 컴퓨터를 일일이 추적해 포렌식을 했다. 그 결과 애초 채용공고 초안에 담긴 조건이 ‘해직자’가 아닌 ‘퇴직자’였고, 김 전 교육감의 지시로 하루 만에 채용 조건이 뒤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증거 서류를 제시하며 관련자를 추궁해 김 전 교육감의 부당 지시 의혹 진술을 받아낼 수 있었다.
감사 과정에서 김 전 교육감과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들은 해직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도 경쟁이 성립할 수 있고, 특별채용은 교육감 재량범위 사안이란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 관계자는 “2000년~2018년 사이 교육 관련 활동으로 해직된 자는 김 전 교육감이 채용한 전교조 교사 4명뿐이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김 전 교육감 외에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징계시효가 지났지만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며 부산시교육감에게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다만 이번 감사원 조사에도 이미 채용된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원자의 부정행위가 아닌 교육청의 문제로 해당 교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뒤바뀐 것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진보교육감에 대해 봐주기 감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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