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용 '파란불'인데…정부, 올 성장률 전망 0.2%P 낮춘 까닭
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상반기 경기둔화 폭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보다 커서다. 상반기 부진하고 하반기 회복하는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긴 했으나 제조업을 주축으로 한 부진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고 봤다. 대신 물가엔 확실한 ‘초록불’이 들어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다.
경제성장률 전망 1.6→1.4%로
4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실질GDP 증가율) 전망은 1.4%다. 당초 전망치는 1.6%였는데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상반기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서비스업에 한정되면서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판단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둔화도 이어졌다.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이유다.
또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23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전망치(210억 달러 흑자)보다 흑자 폭을 높여 잡았다. 이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하락했고, 법인세 개정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돈이 늘었다"며 "경상수지는 앞으로 계속 흑자를 유지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다른 기관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5%로 제시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전망치도 1.5%로 동일하다. 경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다른 기관보다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정책 효과를 반영 안 한 객관적인 숫자”라며 “상반기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진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가·고용은 긍정적…전망도 수정
경기엔 ‘적신호’가 켜졌지만, 고용과 물가는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도 이 같은 흐름은 뚜렷하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상승했다. 한국 경제를 짓눌러온 고물가 압력에선 빠져나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1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둔화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상승세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가격은 1년 전보다 5% 올랐고, 가공식품은 상승률이 7.5%를 기록했다. 이 기간 물가 조사 대상인 73개 가공식품 중 28개 품목은 1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초콜릿(18.5%), 라면(13.4%), 빵(11.5%)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대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을 감안하면 고물가라는 고비는 넘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가 상승 압박이 둔화 흐름이 이어가며 연말까지 3% 안팎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 정도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미국과 금리 차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다. 하반기 경기가 조금 살아날 조짐은 있지만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한 극적인 반등까진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예상을 상회하는 호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10만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경기가 둔화한 데다 지난해 역대 최대로 취업자 수가 증가한 만큼 기저 효과로 올해 고용 성적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다. 그러나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하는 등 예상보다 고용 흐름이 건재하다. 이를 반영해 올해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32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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