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열어버린 野 판도라상자…文, 이낙연 그리고
추미애 "文, 당이 (사퇴를) 요구한다고"
미묘하게 엇갈리는 민주당 내부 기류
3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전한 메시지는 더불어민주당을 흔들어놓을 내용이다. 이낙연 전 대표에 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는 사실 자체보다 주목할 부분은 배경이다.
정치인 추미애와 정치인 이낙연의 개인적인 감정 문제로 머무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민주당의 정치적인 스탠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 관한 민주당 내부의 기류가 추미애 전 장관의 발언에 녹아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정치적 책임론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정치인 추미애의 법무부 장관 퇴임 비화는 숨겨져 있던 민주당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추미애 전 장관이 공개한 내용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 모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사퇴가 본의가 아니었음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기의 사퇴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점을 공개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퇴) 종용이라기보다는 물러나 달라라고 하신 것"이라며 "당신의 권한을 행사하는 거예요, 법적인 권한을"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수고한 장관이 물러나야 하겠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거죠, 권한 있는 분으로서"라면서 "(문 전 대통령은) 당이 요구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이 요구를 한다는 부분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전 장관은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된다고 하면 안 되겠죠"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재·보궐 선거를 위해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추미애 전 장관은 "국무총리 지냈던 당대표께서는 우아하지 않았다. 거칠었다. 계속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를 지냈던 당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에 관한 내용이다. 법무부 장관 퇴임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당시 청와대 쪽에서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본인이 본인의 뜻으로 장관직을 그만둔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문 전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추미애 전 장관은 "저는 정무수석도 대통령을 보호해야 되고 또 그런 말씀 하실 수 있다 이해를 해요"라면서도 "그러나 정무수석은 미안하지만, 그 자리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하는 자리에 최재성 전 수석은 함께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저는 대통령께서 저를 해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유임시킴으로써 거꾸로 이 시그널이 추미애가 어떤 정치 의도 목적을 가지고 쫓아내려고 한다라고 하는 언론 이른바 보수 언론이 설정해놓은 그 메시지가 오히려 힘이 실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당시 상황을 "그냥 고립무원의 상태"라고 전했다.
추미애 전 장관의 연이은 폭로와 관련해 민주당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신경민 전 의원은 3일 KBS1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경질되는데 이낙연 대표가 당에 있으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 아니다"고 말했다.
신경민 전 의원은 "지금 와서 너무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글쎄 뭐 어떻게 그것을 증명을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요. 계속 이렇게 가는 건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고요. 추미애 대표가 뭘 하려 그러는지 짐작은 가요.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낙연계 쪽에서는 정치적 책임론이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 이후 정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속내가 담겼다.
법무부 장관 퇴임을 둘러싼 비화가 당내 쟁점이 되는 것은 이재명계 쪽에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 지도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당내 화합이 필수적인데 정치적 사안을 둘러싼 책임론이 번질 경우 결국은 당내 대치 전선이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4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서는 사실 비공개고, 서로 그것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미애 전 장관 발언으로 많은 이가 법무부 장관 퇴임을 둘러싼 비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추미애 전 장관이 왜 그만뒀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앞으로도 정치적인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 상자를 열어 버린 정치적인 여파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지켜볼 일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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