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반대' 발언하다 쫓겨나자…野기초의원 '릴레이 삭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 정치권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회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정쟁(政爭)으로 번지고 있다. 오염수 방류 찬반을 놓고 의회에서 퇴장 소동이 빚어지거나 윤리위 회부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경산시의회는 본회의 중 의장이 5분 발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강제로 퇴장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 5분 발언 중 강제퇴장
지난달 29일 민주당 소속 이경원 경산시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경산시 대응을 촉구하던 도중에 박순득 의장이 마이크를 끄게 했다. 이어 박 의장은 의회 사무처 직원들에게 이 시의원을 강제로 퇴장시키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에 민주당 경북도당 기초의원들은 지난 3일 오전 경산시의회에서 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의회 본의회장에서 발언을 하는 이 시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린 것은 경산시민 민의와 의회 권위를 짓밟는 것이고, 의장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양재영 경산시의원은 박 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다. 다른 민주당 시의원들도 ‘릴레이 삭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충남도의회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및 국민안전과 해양생태계 보호대책 촉구 결의안’을 국민의힘이 부결시키면서 민주당 도의원들이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운영위원회 표결에서 운영위 전체 의원 8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5명, 민주당 3명이 표결에 참여했으나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반대하면서 결의안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2년 전 통과됐는데 무엇이 달라졌나” 항의
충남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7월에는 국민의힘 도의원들이 촉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중지 촉구 건의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2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14일 춘천시의회 민주당 소속 나유경 시의원은 행정감사 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절대 안 된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자신의 노트북에 부착해 중계화면에 노출했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에 김진호 의장이 나 의원을 윤리특위에 회부했다가 국민의힘 내부 논의를 통해 본회의 개회 직전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본회의에서 나 의원이 관련 내용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면서 징계안이 재상정됐다. 추후 개최될 윤리위에서 징계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정쟁 아닌 과학으로 따져봐야”
한편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따져볼 일이지 정쟁으로 흘러가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오염수는) 후쿠시마에서 수 킬로미터만 가면 희석되고, 1L에 1Bq(베크럴) 삼중수소가 나온다”며 “당장 한강 물을 떠서 측정하면 1L에 1Bq 나온다. 그래서 서울 시민 소변검사 하면 그 정도의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방류하는데 (삼중수소 농도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50배 정도를 방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고 있다”며 “그로 인한 영향은 사실 없고, 총량을 따져보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4년은 걸린다”고 덧붙였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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