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주스 쏟은 줄" 美 설산 뒤덮은 '분홍빛 눈'의 공포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근처의 한 설산에 ‘수박 눈’이라고 불리는 붉은 눈이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설산을 분홍빛 눈이 뒤덮었다. 수박 과육 같은 빛깔을 띠어서 일명 ‘수박 눈’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 붉은 눈은 미국 유타주 북동부와 아이다호주 남동부를 잇는 ‘베어리버 산맥’의 만년설 지대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곳 눈이 붉은색을 나타내는 이유는 ‘클라미도모나스 니발리스’라는 녹조류 때문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에서 발견된 ‘수박 눈’을 관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녹조류는 추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단세포 적색 광합성 조류인데, 햇볕이나 자외선이 강해지면 엽록소 외에 카로티도이드라는 불그스름한 색소가 표면으로 나와 세포를 보호한다.

붉은색 눈은 녹아서 물이 돼도 이 같은 색을 유지했다.

전문가는 이 눈이 인체에 해롭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에서 발견된 ‘수박 눈’을 손에 들고 관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스콧 호탈링 유타 주립대 유역과학부 조교수는 “특정 녹조류가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중에 나오는 현상”이라며 “만졌을 때 인체에 해가 되거나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웨스턴워싱턴대 생물지구화학자 알리아 칸은 가디언을 통해 “흰색 눈은 대부분 빛을 반사하지만, 눈을 어둡게 만드는 녹조류나 먼지 등이 섞이면 반사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며 “이는 빙하를 더 빨리 녹게 만들어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눈이 붉은색을 띠면 흰색일 때보다 많은 양의 빛을 흡수해 온도가 더 빠르게 올라가고, 이는 빙하의 녹는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