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171억달러...'사상최대'
미중 전략경쟁 등 외부환경 영향도
올해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71억달러에 육박하며 지난 1962년 통계 작성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세제 개편과 규제 혁신 등 정부 지원책과 더불어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됐다는 평가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자금이 300억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보고 있다.
산업부는 4일 올해 상반기 FDI가 신고기준으로 전년 대비 54.2% 증가한 17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착기준은 77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6.3% 늘었다.
투자금 증가 이유로는 미국·유럽연합(EU)의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과 수소·해상풍력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 투자 확대가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달 국내 산업용 가스제조업체 에어퍼스트 지분 30%를 인수하는 등 제조업 투자가 증가한 영향도 크다.
지난 30일 한덕수 총리는 FDI 상반기 통계 발표를 앞두고 SNS를 통해 역대 최고액 도달을 미리 알린 바 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대한민국 정부가 경제외교, 세일즈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온 결과"라며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안전한 투자처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유치한 성과(31억4000만달러)가 전체 신고금액의 약 18%를 차지한다.
미·중 공급망 분리 등 외부 환경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기술, 인력 자원 수준과 더불어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이 지정학적·지경학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점도 투자 확대 요인이었다"며 "국내에 들어오려는 자본에 대해 정부가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 혜택과 대우를 해주면 하반기에도 투자 활성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신고금액 기준 전년 대비 제조업(76억3000만달러)이 145.9%, 서비스업(84억8000만달러)이 11%, 기타업종(9억8000만달러)이 186.6% 증가했다. 전체에서 제조업 비중은 44.0%를 차지했다.
신고 건수는 상반기 1649건으로 전년 동기(1637건) 대비 0.7% 증가했다. 서비스업이 13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220건, 기타 업종 84건 등이다.
제조업 중 전기·전자(663.0%), 화공(464.1%), 의약(78.3%) 등이 증가했고, 섬유·직물·의류(-100%), 식품(-54.1%), 금속·금속가공제품(-27.6%), 기계장비·의료정밀(-13.2%) 등은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사업지원·임대(447.3%), 숙박·음식점(250.6%), 금융·보험(185.5%), 도·소매(19.0%) 등에서 늘었고, 정보통신(-65.4%), 부동산(-35.3%), 운수·창고(-17.0%) 등에서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신고금액 기준 영국을 포함한 유럽(EU)이 전년 대비 144.8% 증가하며 4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24.1%)과 중화권(32.8%), 기타 국가(74.3%) 역시 크게 늘었다. 반면 일본(-33.4%)은 감소했다.
투자 대상별로는 그린필드형(126억4000만달러)은 53.1% 증가했고, 인수합병(M&A, 44억5000만달러)형도 57.3% 늘었다. 그린필드형은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할 때 스스로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 또는 사업장을 신·증설해 직접 운영하는 투자를 뜻한다. 인수합병형 투자는 이미 설립된 현지의 기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투자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98억1000만달러)과 비수도권(38억2000만달러) 모두 각각 30.7%, 92.3%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망 분리 등 외부환경도 있지만, 외투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견고한 제조업 기반, 우수한 기술력과 전문인력 등을 높이 평가하는 등 첨단산업의 전략적 투자 거점으로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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