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US여자오픈, 11번째 한국인 챔피언은 누구?
6일밤 부터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개최
고진영 비롯해 한국 선수 총 22명 출전
1998년 US여자오픈은 골프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회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대회 우승은 박세리(46)가 차지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야말로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태국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 18홀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추가 연장을 2홀 더 치뤄 마침내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할튼 S 셈플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기 때문이다.
특히 플레이오프 18번홀에서 보여준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은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 시기에 있었던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박세리와 추아시리폰의 명승부는 이후 아시아 여자골프가 세계 중심에 서는 기폭제가 됐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세리 키즈’가 배출됐고 태국에서는 당시 3살이었던 아리야 쭈타누깐이 201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밑거름이 됐다.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 물꼬를 틀면서 이후 한국 선수들은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 박성현(2017), 이정은(2019), 김아림(2020) 등 10명이 11승을 거뒀다.
US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1998년 박세리의 획기적인 우승 이후 모두 10명의 한국 선수가 할튼 S 셈플 트로피에 이름을 새겼고 박인비는 두 번이나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고 소개했다.
USGA는 “박세리의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은 많은 소녀들에게 영감을 줬다”며 25년 전 박세리가 거둔 우승 효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소개했다.
당시 10살로 ‘세리키즈’ 대표격인 박인비(35·KB금융그룹)는 USGA와의 인터뷰에서 “세리 언니의 우승 장면은 거의 매일 TV에 나왔다. 언니가 물 밖으로 치는 샷은 광고로까지 만들어졌다”라며 “그걸 많이 보고 자랐다. 부모님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박세리는 USGA를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골프와 삶의 균형을 잘 찾아 보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나에게는 그런 가르침을 주는 선배가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선수들을 돕고 싶다”며 멘토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세리와 세기의 명승부를 펼쳤던 추아시리폰도 USGA를 통해 “나는 내가 태국 소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싶다”라며 “태국의 몇몇 부모들로부터 당시 대회 때 아이들이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1998년 대회에서 박세리와 연장전을 치렀던 제니 추아시리폰(태국)의 근황도 소개했다. 두 명의 아이를 둔 그는 프로로 전향하지 않고 듀크 대학을 졸업한 뒤 메릴랜드대학교 졸업(간호학 전공),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78회째 열리는 US여자오픈은 오는 6일 밤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개막한다. 총상금은 1000만 달러다. 관심은 11번째 한국인 우승자 배출 여부다.
올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총 22명이다. 46명이 출전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8·솔레어)을 비롯해 유소연(33·메디힐), 지은희(36·한화큐셀), 전인지(29·KB금융그룹), 박성현(30·솔레어), 이정은(27·대방건설), 김아림(28·한화큐셀) 등 6명의 역대 우승자가 출전한다.
여기에 프로 통산 64승을 달성한 신지애(35)와 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민지(25·NH투자증권)와 이소미(24·대방건설), 이다연(26·메디힐), 그리고 LPGA투어 소속의 김효주(28·롯데), 김세영(30·메디힐), 최혜진(24·롯데), 유해란(22·다올금융그룹)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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