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 범죄에 맞설 인력 태부족

이선애 2023. 7. 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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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전수조사에 시장감시본부 직원 20명을 투입했고, 합동수사팀에도 5명을 보내는 바람에 불공정거래 심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가 대폭 줄어든 것을 지적한 본지 기획기사에 대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의 항변이다.

평소보다 적은 인력으로 감시·심리 업무를 보고 있어, TF가 꾸려진 5월 말부터 불공정거래 심리 업무가 여의치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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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5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4500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전수조사에 시장감시본부 직원 20명을 투입했고, 합동수사팀에도 5명을 보내는 바람에 불공정거래 심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불공정거래 적발 건수가 대폭 줄어든 것을 지적한 본지 기획기사에 대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의 항변이다. 두 달여 간 시감위 직원 25명이 이른바 '라덕연 게이트' 업무에 차출된 까닭에 인력이 모자라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현재까지 적발 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시세조종 의심 거래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감시시스템의 작동 문제를 지적한 본지의 기사에 대한 시감위 관계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그의 말에서 귀를 기울일 대목이 있다. 바로 '인력 부족'이다. 현재 시감위 본연의 업무인 감시·심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주요 원인일 수 있어서다. 평소보다 적은 인력으로 감시·심리 업무를 보고 있어, TF가 꾸려진 5월 말부터 불공정거래 심리 업무가 여의치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감위 역시 '심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 수긍했다. 그럴 만하다. 남은 인력이 차출된 이들의 몫까지 맡고 있어 업무 피로도까지 높다. 다만 차출된 직원들이 정상 복귀하면 연내 기준으로는 적발 건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시감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혹여 의심 거래가 있는데 이를 뒤늦게 심리하면 조사까지 하세월일 수밖에 없을 게 자명하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 가운데 고른다면 중요한 일부터 해야 한다. 라덕연 게이트 수사가 급하지만 이보다 중요할 수 있는 감시·심리가 소홀해져선 곤란하다. 다만 시감위 측이 경영지원본부에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답보 상태다. 매매를 분석할 줄 아는 적합한 인력을 증원해야 하는 데 당장은 쉽지 않다는 게 거래소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거래소는 불공정거래 행위와 맞서는 최전방의 파수꾼이다.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는 '심리→조사→수사' 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인 심리는 거래소의 업무다. 시감위에 절대인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시장감시부 소속 인원이 5년 새 26명에서 23명으로, 정밀 분석을 담당하는 심리부 소속 인원은 41명에서 36명으로 줄었다. 지능화·고도화되는 증권 범죄를 제때 잡아내지 못하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절대인력이 부족하다고 토로하는 시감위의 항변이 엄살만은 아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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