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지은 목조건물 옛 역사, 일산의 과거를 그리다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오창환 기자]
▲ 일산역 전시관 안에 있는 전시물들을 저널북에 그렸다. 유니폼과 소소한 도구들이 시대를 넘어 전시되고 있다. 일산역 전경은 미니어쳐를 보고 그렸다. |
ⓒ 오창환 |
어반 스케쳐스 고양은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한다. 이번 달 정기 모임은 7월 1일이고 장소는 일산역 일대였다. 현재 일산역 근처에 옛 일산역을 보존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일산역 전시관이 있다. 교통이 좋아서 이번 정기 모임에는 많은 스케쳐들이 올 것이라고 예상됐다.
우리 집에서는 대곡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일산역에서 내리면 된다. 그런데 마침 7월 1일이 대곡-소사선이 7년의 공사 끝에 개통하는 날이다. 늘 대곡역을 이용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대곡역 개통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한다. 그동안 고양, 파주에서 부천이나 인천으로 가는 대중교통으로 굉장히 불편해서 웬만하면 승용차를 이용했는데, 이제 전철이 생겨서 편리하게 이용할 것 같다. 앞으로는 인천이나 부천 어반스케쳐스 행사에 좀 더 자주 갈 수 있을 것 같다.
일산역에서 내려서 약간만 걸어가면 옛 일산역, 즉 일산역 전시관이 보인다. 개관 시간 전에 갔는데도 전시관 담당자분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이어서 도착하는 어반스케쳐들에게 시간 맞춰서 일산역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경의선은 서울역과 북한 신의주시를 잇는 철도 노선으로 서울의 옛 이름 경성과 신의주에서 한자씩 따와서 경의선이 되었다. 물론 남북 분단으로 인해 실제 운행은 문산역을 거쳐 도라산 역까지만 운행된다. 대한제국은 1900년대 초까지 경의선을 직접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전쟁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경의선을 군용 철도로 건설했고, 1906년 용산~신의주 간 전 구간에 걸쳐 열차가 운행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강제수용과 가옥 파괴, 약탈, 강제노역 등이 빈번하여 민중의 저항을 불러오기도 했다.
원래의 노선은 서울역 - 능곡 - 일산 - 문산 - 장단군 - 개성시 - 사리원시 - 평양시 - 안주군 - 신의주역이었다. 경의선은 철도로 유지되면서 역을 차례로 증설했고, 고양과 파주의 인구와 교통량이 늘어나자. 복선전철화 공사를 거쳐 2009년 7월 1일에 경의선 서울역~문산역 구간을 수도권 전철로 개통하였다.
▲ 아담하고 푸근한 일산역 전시관 전경. |
ⓒ 오창환 |
일산역이 생기면서 일산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일산 지명이 옛 송포면의 원래 명칭인 '한뫼'에서 왔다는 설과, 근처에 위치한 고봉산의 우리말 이름 '한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크고 높은 산'이라는 뜻에서 '하나의 산'이라고 축소된 느낌이다.
일산은 교통의 중심지로 일본인들도 많이 살았지만 3.1 운동 이후 만세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관련 도서에 따르면, 3월 25일 일산리에서 160여 명이 만세운동을 벌였고, 26일은 장날을 맞이하여 500여 명이 인근 면사무소로 몰려가 만세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27일에는 지역 주민 150명 정도가 늦은 시간까지 횃불을 들고 시위를 했다.
1907년 8월 19일은 의병 100명이 봉기해서 일산역을 습격했으며 1910년 4월 15일에는 일본 군용 열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서울로 들어가는 목전인 수색역에서는 일본 헌병이 검문검색을 강화하기 때문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산역을 이용해서 국내에서 중국으로 다시 중국에서 국내로 드나들었다고 한다(<고양의 경의선 이야기> 참조, 고양문화원, 2019).
일산역 옛 역사는 1933년에 일본식 목조건물로 준공되었다. 대합실과 역무실로 구성되었으며 일자형 평면에 십자형 박공지붕으로 지어졌다. 지붕의 경사가 완만하여 푸근한 느낌을 준다. 2009년까지 역사로 이용되다가 2015년부터 대합실은 장난감 도서관으로, 역무실은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산역 전시관을 보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던 대합실을 전시장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역무실 리노베이션은, 옛 건물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일반 사무실처럼 해놓아서 다소 아쉬웠다.
▲ 수신호기와 통표걸이. 그리고 일부기와 수동개표기다. |
ⓒ 오창환 |
이제 막 7월 시작인데도 폭염이 장난이 아니다. 많은 스케쳐들이 나무 그늘에 앉아서 일산역 전시장을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그늘에 앉아 있어도 덥다.
일산역 전시관 안에는 경의선이 건설되는 과정과 일산역의 변천 과정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전시관 안에 있는 전시물이 흥미로워서 그것들을 그렸다. 먼저 역무원 유니폼을 그리고, 열차가 역을 통과할 때 역무원들이 휴대하는 수신호기와 통표 걸이를 그렸다. 그리고는 기차표에 구멍을 뚫는 수동개표기 등등. 그런데 전시물을 보다 보니 역무원 한 분의 명찰 6개가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이 분이 6개의 명찰을 모으는 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을지를 생각했다.
오후 3시 반에 모두 모여서 동시에 그린 그림을 모아 놓고 그림 감상을 한 다음에 사진을 찍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도 여전히 덥다. 아무래도 오는 8월 정기 모임은 실내에서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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