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34)] ‘모차르트!’ 손의완, 겸손과 성실의 미덕

박정선 2023. 7. 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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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콘스탄체 언니 알로이지아 베버 역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MK뮤지컬컴퍼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의 미덕’이라는 말이 통용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겸손이 언제나 미덕은 아니다’라는 말로 대체되는 시대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은 ‘기본’에서부터 시작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도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성공보다는, 그 경쟁 속에서도 겸손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성공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기본이 되는 두 가치를 겸손과 성실로 꼽는 이유다.


뮤지컬 배우 손의완도 오랜 배우 생활을 거치면서 이 두 가지 기본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무대에서는 특히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간 손의완은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모차르트!’를 비롯해 ‘팬텀’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작품을 하면서 ‘EMK공무원’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한 제작사와 꾸준히 함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것 역시 성실과 겸손을 신념으로 하는 손의완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지난 10주년 공연에 이어 또 다시 ‘모차르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10주년 ‘모차르트!’는 너무 재밌게 참여했던 작품 중 하나라 다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번 시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극중 콘스탄체 언니 알로이지아 베버 역을 연기하고 있죠.


콘스탄체의 언니 알로이지아 베버는 볼프강의 실질적인 첫사랑이기도 하고, 이후에는 볼프강을 괴롭게 하는 처형이 되기도 합니다. 볼프강이 첫눈에 반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였을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그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독특한 음색이나 음악적 소양, 재능 등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웃음).


-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궁금해요.


극중 알로이지아는 첫째 딸로서 가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생계형 가수로 등장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녀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인물인 데다가 실제로 당대 독특한 음색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기 때문에 관능적인 매력과 탁월한 노래 실력을 가진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이 점을 관객분들이 인정하실 수 있도록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사실 제 목소리 타입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아니라서 극에 나오는 삼단 카덴차는 늘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웃음).


-관객들에게 이 캐릭터가 어떤 평가를 받길 원하실까요?


사실 제가 연기하는 알로이지아라는 역할은 ‘모차르트!’ 공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일부분에 불과해요. 저는 귀족, 마을 사람, 시종 등 다양한 역할로 출연하는데요, 그런 저를 장면마다 잘 녹아들어 이질감이 없고, 큰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해 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장면마다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연기로 잘 표현하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무대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공동 작업이라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이번 연습 기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난생처음 해보는 오픈 리허설이었어요. 긴 연습의 끝자락에서 지칠 수 있는 일정이었는데, 스태프분들이 박수쳐 주시고 환호해 주시니 갑자기 부스터를 받은 것처럼 힘이 나더라고요.


-특히 이번 시즌 ‘모차르트!’는 주연 배우들에 있어서 파격적인 캐스팅 변화로도 주목받았는데요. 지난 시즌과 확 달라진 캐스트들과의 호흡은 어떤지 듣고 싶어요.

파격적인 캐스팅인가요? 연습하면서 특별히 파격적이라고 느끼지 못했어요. 그만큼 다들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주었어요. 이해준 배우는 직전 작품인 ‘엘리자벳’도 같이 해서 호흡 맞추기 좋았어요. 또 수호, 유회승, 김희재 배우 모두 각자의 색깔이 있어서 재미있게 연습했고, 모두 편했어요. 아마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캐스팅 변화 외에도 손의완 배우가 느끼는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이번 시즌에 가장 달라진 건 역시 무대 같아요. 저는 다 보지 못했지만, 관객분들이 무대가 엄청나다고 많이들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당연히 두 번째로 참여하는 거니까 더 잘하는 모습,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다짐과 욕심이 생기기도 해요.


-‘모차르트!’는 넘버들도 매우 유명한데요. 꼭 잘 알려진 넘버가 아니더라도, 손의완 배우가 가장 애정하는 넘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버지의 죽음’ 넘버에 가장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이 넘버에서 볼프강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는 그 순간에도 난넬, 콘스탄체, 베버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악상이 떠올라 혼란스러움을 느껴요. 이때 이 넘버를 부르는 우리 앙상블 모두가 처음부터 끝까지 볼프강을 바라보라고 이번 시즌 연출님께서 디렉팅을 주셨는데, 그래서 이 장면에서 우리들은 각자의 감정을 볼프강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좋아요. 그리고 가사의 잔인함과 대조되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인해 더 가슴이 아픈 넘버이기도 하죠.


-손의완 배우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라는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음, 이 작품은 매력이 너무 많은 게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웃음). 처음 볼 때, 두 번째 볼 때, 세 번째 볼 때마다 매번 다른 매력을 찾게 되실 거예요!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말이에요. 그래도 그중에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말하라고 한다면, 우리 귀여운 꼬마 아마데우스들인 것 같네요.


-이번 작품을 통해 손의완 배우는 어떤 것들을 배워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협업의 가치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언제나 그렇듯 뮤지컬은 혼자 잘나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같이의 가치’를 배웠던 것 같아요. 또 회차를 거듭하면서 모차르트 역시 한 사람이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어요. 관객분들도 그 마음을 느끼시길 간절히 바라요.


-EMK 공무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차르트!’를 비롯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팬 텀’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어요.


처음으로 참여한 EMK 작품은 2015년 공연된 ‘엘리자벳’ 삼연이었어요. EMK는 클래식한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제 베이스가 클래식이다보니 색깔이 잘 맞아서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스태프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거 같기도 하고요. 언제나 근면 성실한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손의완 배우는 오페라를 전공하셨죠.


네, 대학 졸업 후 계속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다가 2008년 ‘백구’라는 작품으로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어요. 뮤지컬이 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된 작품이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열정으로 시작했었죠. 그때는 그저 닥치는 대로 열심히 했다면, 지금은 요령껏 열심히 하는 지혜가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이제 제 나이가 많다 보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는 가족, 함께 작업하는 동료, 공연 전 기도 모임이 저를 계속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이젠 어느 프로덕션에 가도 나이가 많은 언니, 누나인데, 그 나잇값을 하고 있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격적으로 실력적으로 나잇값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울 점이 있는 선배, 그리고 가까이 가기 어렵지 않은 동료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꼭 지켜나가고 싶은 신념이 있다면?


겸손한 마음. 제가 어떤 자리에 있든 겸손한 마음만은 지키고 싶어요. 할머니의 유언이기도 하고, 제 직업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인 거 같아요. 남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이요.


-손의완 배우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가요?


제 최종 목표는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에요. 물질적인 기부든 재능기부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알로이지아가 볼프강에게 음악적 영감을 줬듯이 저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저만의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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