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간과 경험을 지닌 교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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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유형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다.
학생들이 MBTI 이야기를 하는 소리를 들으며, 문득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을 얼마나 다양한 유형으로 대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별 교사들> 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존재 자체가 학교에 변화를 만들고 학생들이 숨 쉼 틈을 만든다. 별별>
학생들과 '마음'과 '삶'을 담아 소통하려는 교사는 어떤 이력을 가졌든 분명 좋은 교사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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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규 기자]
MBTI 유형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다. "쌤, MBTI는 뭐예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있었다. 이 질문에 '사람 성격을 16가지로 나누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아요!'라는 '다큐'로 대답했다.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은 '사회적 현상'이며 '탐구 대상'이라는 이야기까지 끌어댔다. 결국, 반강제로 MBTI 확인이 시작됐다. "E인가요? I인가요? E는… ",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학생들의 질문과 설명을 따라간 내 MBTI는 INTP였다. 그 후에도 '내 MBTI'를 두고 그들은 '맞다', '아니다'를 두고 한참 더 논쟁을 이어갔다.
"나를 버리지 않고도 학교에 나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학교에 균열을 만들어 누구든 얼마든지 매달리고 버티어 벽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윤승, 김헌용, 선영, 애리, 유랑, 조원배, 함께 걷는 바람, 진냥, 김은지의 이야기들이 그렇다." (책, 13쪽)
글쓴이 가운데 한 명인 이윤승의 말이다. 그는 "학교라는 공간이, 별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우러지고 각자의 정체성을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이 지켜 나가는 공간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의성의 본질은 존재가 단 하나의 똑같은 의미에서 언명된다는 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단 하나의 같은 의미에서, 하지만 자신의 모든 개체화하는 차이나 내생적 양상들을 통해 언명된다는 점에 있다. 존재는 이 모든 양상들에 대해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양상들은 서로 같은 것들이 아니다. 존재는 모든 양상들에 대해 '동등'하다. 그러나 그 양상들 자체는 서로 동등하지 않다."
(들뢰즈, 1968, 김상환 옮김, 2004, <차이와 반복>, 102쪽, 민음사)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같다. 하지만 그 존재가 드러나는 개인들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그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존재로서의 평등, 같은 존재로서 살아가는 출발이다. 매우 간단한 이야기다. 사람은 모두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람 모습은 피부색, 머리 색깔, 키나 몸무게, 건강 정도, 장애 유무와 종류 등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것을 거꾸로 해석한다. 하나의 모습을 그려놓고 그 모습과 다르면 다른 존재라고 차별하거나 억지로 같은 모습으로 만들려고 한다. 비장애인, 이성애자, 건강한 사람,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자, 임용고사를 통과한 이 등의 한 가지 모습으로 정형화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교사가 아니라거나 이상하다고 차별한다.
"존재 자체를 모를 때는 변화하기 쉽지 않겠지만, 주변에 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고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를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었다." (책, 146쪽)
▲ <별별 교사들> 책 표 이윤승, 김헌용, 선영, 애리, 유랑, 조원배, 함께 걷는 바람, 진냥, 김은지가 함께 쓴 책 <별별 교사들>(2023, 교육공동체벗) 표지이다. 이 책에는 다양성으로 학교를 숨 쉬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 교육공동체벗 |
<별별 교사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존재 자체가 학교에 변화를 만들고 학생들이 숨 쉼 틈을 만든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그들의 발자국은 학교와 세상을 살면서 꼭 다른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으로만 가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의 표시이다.
"무엇보다 학생들과의 소통과 만남에서 더 많이 신경 쓰는 게 하나 있다. 진심을 다해 '마음'으로 만나고, '내 삶'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일이다. 장애로 인한 불편함과 걸림돌을 넘어 서로 더 깊이 있게 만나고 소통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수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책 175쪽)
청각장애가 있는 조원배 교사의 말이다. 나는 조 교사가 훌륭한 교사일 거라고 짐작한다. 학생들과 '마음'과 '삶'을 담아 소통하려는 교사는 어떤 이력을 가졌든 분명 좋은 교사일 거라고 생각한다.
"전공 하나 없었지만 비빌 언덕이 되겠다는 다짐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부족하고 어려움 많았던 지난날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보낸 시간과 경험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 276쪽)
학교가 똑같은 인간을 사회에 내보내는 자본주의 체제 재생산 도구에서 벗어나려면, 학교가 차별과 배제의 공간에서 벗어나 존중과 소통의 장소가 되려면 바뀌어야 한다. 우선, 다양한 '시간과 경험'을 지닌 교사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학생들이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별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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