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가짜'와 '뉴스'의 모순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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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의 '가짜뉴스' 언급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축사에서 "허위 선동, 조작, 가짜뉴스가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 개선방안'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짜뉴스를 '포털중심디지털뉴스생태계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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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의 ‘가짜뉴스’ 언급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네이버 등 거대포털에 대한 공세 강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관련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 축사에서 "허위 선동, 조작, 가짜뉴스가 자유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비슷한 시기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괴담을 거론하며 "그때 활약했던 가짜뉴스 전공자들이 또다시 등장했다"고 표현했다. 같은 당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도 일부 환경단체를 예로 들면서 "가짜뉴스와 괴담을 유포하는 단체는 정부 보조금 심사에 반영하도록 요청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유통구조 개선방안’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가짜뉴스를 ‘포털중심디지털뉴스생태계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냐"는 문항을 삽입해 높은 관심을 시사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직속 위원회까지 이어진 ‘가짜뉴스’ 발언은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출현으로 이미지마저 조작된 뉴스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액션을 취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근절할지는 물음표다. 핵심은 ‘무엇이 가짜뉴스냐’라는 점이다. 가짜뉴스의 사전적인 뜻을 보면 ‘뉴스로 보이는 가짜 이야기’다. 케임브리지 영영사전에 따르면 "뉴스 형태의 가짜 이야기로 인터넷이나 다른 미디어를 활용해 퍼지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콘텐츠대학 교수는 2018년 ‘가짜뉴스란 무엇인가?-가짜뉴스 개념과 범위에 대한 다차원적 논의’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뉴스는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만들기 때문에 ‘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이를 부정하는 자기 모순적 행위이자 모순어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오보도 가짜뉴스"라는 지적에 대해선 "의도나 목적을 갖고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면 그렇게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의도성이 없다면 가짜뉴스로 보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모호한 정의는 한국언론재단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언론재단이 최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가짜뉴스신고센터를 설치한 이후 40여일 동안 신고된 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3건은 신고센터 자체에 대한 문의였으며 가짜뉴스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를 호소한 사례는 고작 2건이었다. 신고센터 설립 자체로도 시선이 곱지 않은데, 기준마저 없다보니 역할마저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만 보도할 때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국내에선 풍자, 거짓말, 정치적 선동, 오보 등 유사한 개념과 뒤섞여 통용돼왔다. 최명길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불리한 걸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돼 버렸다"면서 "허위정보 혹은 디스인포메이션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을 우려하는 것은 마녀사냥식 몰이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의적인 잣대로 대응할 경우 자칫 뉴스콘텐츠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짜뉴스에 대한 객관적인 잣대를 세우는 게 시급해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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