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행복해지려면 얼마나 더 불행을 견뎌야 할까

서믿음 2023. 7. 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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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현실을 이루는 것, 즉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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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시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산책자, 그리고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인 저자. 그는 이 책에서 현실을 이루는 것, 즉 몸, 음식, 사랑, 불행, 재난, 죽음, 질병, 날씨, 장소, 시간, 취향, 타인, 풍속, 노동, 불면, 고독, 태도, 가족, 여행, 국가, 정치, 망각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사유한다. 그에게 사유는 매일의 산책과 같다. 매일 다른 날씨와 기분, 계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며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의식 같은 존재다. 그런 나날의 기록을 책에 담았다.

행복해지려면 얼마나 더 불행을 견뎌야 할까? 내가 아는 것은 벚꽃이 지고 왔던 봄은 떠난다는 것, 봄이 끝나면 곧 여름이 다가온다는 것. 우리는 눈부신 햇살 아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녹음 우거진 숲과 반점처럼 땅에 드리운 그늘을 바라볼 것이다. 땀 젖은 몸을 씻은 뒤 잘 익은 복숭아를 깨물 때 단 복숭아즙이 입가를 적신 채 흘러내린다. 우리는 여름 과일의 풍미와 향기를 듬뿍 맛보며 행복감에 취할 것이다. 그렇건만 봄날의 화사한 꽃들, 여름의 빛과 찬란함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가?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향유에서 가능해진다. -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여름의 신들이 가만히 속삭인다. 이 여름은 단 한 번뿐이야. 여름의 행복도 두 번은 없어. - 〈〈섬머타임〉이란 노래를 좋아하세요?〉

행복은 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찰나를 향유하는 능력의 문제인 까닭이다. 불행에 눌린 사람도 찰나의 행복은 느낄 수가 있다. 똑같은 현실에 처하더라도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발명하고, 불행한 사람은 희한하게도 불행을 양조해낸다. 행복과 불행은 각자의 덕목이고, 자기가 품은 성분의 일부에서 비롯한다. 여름이 덥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에겐 잘 익은 복숭아나 자두를 깨물어 먹으며 그 달콤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다. 행복은 얼마나 자주 느끼는가에 달려 있다. -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504쪽 | 2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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