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선관위원 되다]③어느 선거에도 여·야 그리고 이견은 있다
선거는 후보들이 등록하고 나면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한다. 서울시축구협회장 보궐선거도 지난달 15일 후보자 등록을 공고한 후 당선을 향한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3명이 입후보했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가 그러하듯, 이 선거 역시 후보들은 각각 여권 성향 혹은 야권 성향으로 나뉘어 평가받았다. 후보자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직업과 이력, 어느 인물과 가깝게 지내는지 등이 축구인들 사이에서 여·야 판단의 기준이 되는 분위기였다.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네거티브 선거운동'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선 넘는 경쟁을 방지하고 후보들이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후보 간 공정 경쟁 유도도 필요… 불법 신고기간 운영이를 위해 선관위는 지난달 8일 2차 회의를 열고 사전 불법선거운동을 어떻게 막을지부터 논의했다. 일주일 뒤에 후보자 등록이 공고되고 곧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공고도 되기 전에 후보자 측이 선거인들과 접촉하거나 단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최근 불법 사전선거운동 행위가 발각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뒤 법원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사례들을 참고했다. 기자는 선관위에 "일정 기간을 사전 불법선거운동 신고기간으로 공지해서 신고를 받자"고 제안했다. 위원들은 이에 모두 동의했다. 사전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신고를 받으면 후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상호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면서 각 후보들이 불법선거운동을 자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협회 사무국은 지난달 7일에 올린 회장 선거 관련 안내 사항에 사전선거운동 중 규정상 금지되는 행위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누구든 해당 행위를 발견하면 사무국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지난달 27일 투표일까지 선관위에 선거운동과 관련해선 어떤 신고도, 이의 제기도 없었다.
신청된 이의 검토는 면밀하게… 결정은 반드시 통지해야
이의 제기는 딱 한 번 다른 곳에서 나왔다. 이의를 신청한 사람은 이 선거의 이름이 '보궐선거'가 아니라 '재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14대로 선출됐던 최재익 전 회장이 연임을 1회에 한해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어겨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이 확정됐으니, 최 전 회장이 당선된 후 지낸 임기는 애초부터 없다고 보고 선거를 다시 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였다. 이의가 받아들여지면 이번에 선출될 회장의 임기가 달라진다. 재선거로 변경하면 임기는 4년을 보장받아 2027년 1월까지 일할 수 있고, 기존 보궐선거를 유지하면 최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2025년 1월까지 일할 수 있다. 또한 선관위 구성도 보궐선거 때는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재선거는 자치구축구협회장 등 대의원들로 선관위를 구성하도록 정해져 있어 차이가 있었다. 보궐선거는 재선거와 달리 불의의 사고, 회장 등 관련 인물의 일탈, 불법행위로 인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협회 내부보다는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도록 해서 선거의 공정성을 높이도록 한 것이었다. 또 이의 신청인은 협회 사무국이 선거인단에 들어갈 후보자를 뽑는 과정에서 규정에서 정한 선거인 후보자 추천과 무작위 추출 방법을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의 신청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법리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선관위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선거 규정을 바탕으로 이의 신청 내용을 먼저 검토했다. 그 결과, 이번 선거를 치르게 된 계기나 과정 등을 규정에 비춰 봤을 때 보궐선거로 진행해도 전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보궐선거로 진행하는 것이 재선거로 진행하는 것보다 오히려 공정성 면에서 더 이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이의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했다.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 대한 이의도 실제 사무국이 PC 프로그램을 통한 무작위 추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공정하게 추첨한 노력을 인정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는 기각 결정과 사유가 이의 신청인에게 반드시 통지될 수 있게 해달라고 사무국에 당부하기도 했다. 기각 결정의 사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밀실 논의'를 피하고 투명하게 선거를 진행해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각 결정이 통지된 이후 추가 이의 제기는 없었다. 선거를 아무리 완벽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이견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이견을 경청해주고 그것이 틀렸다고 판단되면 충분한 설명을 통해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선관위에서 이의 신청을 받아 논의하고 통지한 일련의 과정은 이 같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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