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언남고축구부 후원비 횡령' 후원회 총괄총무 집행유예 선고

서울 서초구 언남고 축구 감독이던 정종선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과 공모해 학부모 후원비를 착복한 혐의 등으로 후원회 총괄총무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52·여)에게 최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는 학교 명의 계좌 외에도 개인 명의로 된 7개 계좌를 이용해 종류별로 후원회비를 걷고 관리했다. 후원회비를 엄격히 제한된 용도와 상관이 없이 개인적으로 썼다. 범행 규모와 횟수 등에 비춰 비난받을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씨는 축구부 학생들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 전 회장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15년께부터 5년여간 언남고 축구부 총괄총무로 일하며 정 전 회장과 공모해 후원회비 약 1억36만원을 정 전 회장의 개인 공과금, 자녀 대학 등록금 등으로 납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언남고 축구부는 '학부모 후원회'를 조직해 후원회비를 걷었고, 박씨는 후원회비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후원회비는 매월 130만원의 정기회비와 대회출전비·전지훈련비·성과금 등 특별회비로 구성됐다. 검찰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대학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박씨와 정 전 회장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240회에 걸쳐 후원회비 약 4억960만원을 자신과 가족의 대출원리금, 카드대금, 남편 사업 대금 등을 내는 데 쓴 단독 혐의로도 기소됐다. 학교 신용카드로 개인 주유비 등 총 1084만원을 결제한 혐의도 있다.

박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우수 축구부원을 위해 마련된 회비면제자 제도까지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원회비는 원칙상 학부모가 학교 계좌로 직접 내야했지만, 박씨는 일부 학부모에게 정기회비를 자기 개인 계좌로 보내게 한 뒤 이를 착복한 혐의도 받았다.

박씨 측은 "정 전 회장의 부탁으로 대납한 그의 개인 비용은 전부 정산했다. 단독 혐의 부분도 후원회비가 부족해 박씨 개인 자금을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후원회비로 정산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공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정 전 회장이 특별레슨비, 동계훈련비, 간식비, 신입생환영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걷어 이중 상당액을 횡령했으며, 학부모들은 자녀의 경기 출전권과 대학 진학을 좌지우지하던 그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정 전 회장은 기소 이후 2019년 대한축구협회에서 영구제명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