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린 7월 美 금리 인상론…채권금리 슬금슬금 오름세
9월 FOMC 금리 인상론도 제기…전문가들은 “가능성 희박”
한국 물가 상대적으로 낮아 한은은 동결 기조 유지할 듯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자 국내 채권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움직임을 강화할 경우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행 노선에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어서다.
금리 인상 막바지인 듯 아닌 듯…국고채 이달 들어 20bp 상승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일 오전 기준 3.632%를 기록했다. 지난달 이후 국고채 금리는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48%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이보다도 20bp(1bp = 0.01%)가량 상승했다. 올해 최저 수준인 3.11%(2월3일)와 비교하면 50bp 넘게 뛰어올랐다.
다른 채권 금리도 일제히 오름세다. 지난달 1일 이후 회사채 3년물(AA-)도 4.285%에서 4.473%로 상승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한전채 3년물은 올해 들어 4.7%에서 3.6%로 110bp 넘게 떨어졌지만, 지난 5월 4%대 금리로 올라온 후 현재는 4.2%를 가리키고 있다. 금리 동결에서 인상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진 영향이다.
지난 6월 Fed는 추가 긴축에 대한 여지를 남겼지만 결국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동결 결정에 집중하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지방은행 파산사태 등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전망이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탄탄한 것으로 발표되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일각에서는 7월 인상 이후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올해 FOMC 회의는 7월과 9월, 11월, 12월 등 총 네 번 남았는데, 이 중 절반의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이란 뜻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자 채권 금리는 상승세로 방향성을 굳힌 모양새다. CME 페드와치를 보면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5.00~5.25%인데 연말 최종금리가 5.25~5.50%로 바뀔 확률은 88%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50~5.75%로 오를 확률도 20%대에 이른다. 오는 5일과 7일에는 6월 FOMC 회의록과 6월 고용시장 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회의록에 매파적인 내용이 담기거나, 고용 서프라이즈가 나올 경우 금리 인상 기조는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9월 FOMC 인상 가능성은 ‘희박’
국내 증권사들도 속속 금리 전망 수정에 들어갔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더 이상의 미국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연말 최종 금리 수준을 5.25%로 제시했지만, 최근엔 5.5%로 수정 제시했다. 금리 상승을 막아섰던 요인이 대부분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허정인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형 은행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 사태가 일단락됐으며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우려가 남아있지만, 공실률 상승과 가격하락 속도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7월 인상을 건너뛰는 것은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9월 인상 가능성엔 회의적이다. 물가상승률이 완만해지는 만큼 한 차례 더 금리가 상승할 경우 금융 불안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7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상관없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결국 실물경기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기 때문에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하 영향으로 4일 발표될 6월 국내 물가상승률은 2%대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로존의 6월 물가상승률은 5.5%대다.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고채 등 채권 금리 역시 큰 수준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Fed의 금리 정책 변화가 나타난다 해도 채권을 지금보다 더 싸게(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 살 기회가 찾아오진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은 10bp 내외로 제한적이므로 현 수준의 금리에서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일찍이 경계하던 재료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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