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영업사원 대리수술 의혹… “CCTV 의무화론 근절 어려워”

박선혜 2023. 7.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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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척추전문병원 의료기기 영업사원 대리수술 의혹 제기
오는 9월 CCTV 의무화 시행… 업계 “실질적 대책으론 아쉬워”
의료진·의료기기업체 등 처벌 강화 및 참관 기준 마련 필요성 제기
지난 2021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수술실 CCTV 법안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수술실 내 유령수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 권대희씨의 CCTV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료기기 회사의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대리수술 근절책으로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실질적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 소재 관절·척추 병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이 공익제보자로부터 입수한 관련 영상만 수십 건에 달했다. 해당 영상에는 영업사원이 대리수술 등 의료행위를 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진다. 

대리수술은 수술청약상 의료행위를 제공하기로 돼 있는 집도의 외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거나 간호사, 간호조무사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수술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4년 경남 김해시에서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849회나 대리수술 한 사례를 비롯해 2016년,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잇따라 간호조무사,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경우 의사가 수술 기기를 사용할 때 직접 참관해 기기에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확인하고, 돌발적인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하는 의무가 있는데, 일부 의사들이 이를 악용해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하게끔 유도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수술용 의료기기 기업에 다니는 영업 과장 A씨는 “기업은 실상 ‘을’이나 다름없다. 회사에서도 ‘의사가 요구하는 대리수술을 하지 말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리수술을 했던 영업사원들은 법적인 책임을 피해갈 수 없고, 이는 회사 측에도 피해가 크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같은 영업직끼리는 ‘기업들이 합심해서 대리수술을 요구하는 병원의 참관을 못하게 하면 좋겠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집단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대리수술을 유도하는 의사에 대한 징역 및 벌금을 강화하는 방안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리수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보기에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법안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이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9월25일부터 수술실이 있는 모든 병원에 적용된다.

의료 로봇 기업 관계자 B씨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진행된다면 대리수술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완벽히 끊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통신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준이 있다. 의무적으로 설치를 해도 찍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리수술에 대한 처벌을 먼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병원(의사)은 물론이고 의료기기 업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인다면 자체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 C씨는 “물론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면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내부 자정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CCTV가 있어도 대리수술을 잡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하지 않으려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의료계가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CCTV 설치 의무화에 앞서 의료인 외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의 수술실 참관에 대해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을 덜 수 있는 홍보도 필요하다. 국민 대다수는 의료진만 수술실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최적의 치료 환경을 위해 업계 참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술실에서 참관하는 의료기기 업계 종사자에 대한 명확한 자격과 업무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의료기기 종사자가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따로 두고 교육, 인증도 실시하고 있다. 또 환자 몸에 손을 대거나 수술에 관여할 수도 없다”며 “국내에서는 사내 교육 과정만 들으면 수술실 참관이 가능하다. 일부 업체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도록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업체에 적용하기는 부담이 크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의학회와 정부, 산업협회 등이 대리수술 같은 사안에 대해 적극 논의해야 한다. 외국의 제도와 비교해 국내 형편에 맞는 제도와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감시 체계 및 직업적 윤리 강화 등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리수술은 기존 법 체계로 감시·대처하고 있는 사안으로, 경찰청과 협의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안이다”라면서 “다만 촬영 거부 관련 조항으로 인해 빈틈이 발생하는 부분은 인정한다. 수술실 출입 기준, 의료진 법적 책임 강화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당장 명확하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마땅치 않다. 법안이 시행되는 오는 9월까지 계속해서 논의하고 개선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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