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일부, 개성재단부터 손본다…"예산 전체 잠글 수 있다"

강태화 2023. 7.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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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통일부 현판을 관계자가 닦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지원부 탈피’ 지침을 받은 통일부가 현재 개점휴업 상태인 남북 협력사업 관련 기관을 놓고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구조조정 대상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통일부 산하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남북협력과 관련한 통일부 산하 조직에 대규모 예산·인력 축소를 핵심으로 한 개선안이 전달됐다"며 "개성재단의 경우 조직 쇄신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예산 전체를 잠글 수도 있다는 각오를 바탕으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도 이날 "이미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30%이상 감축한다는 목표를 통보받았다"며 "1차적인 경영 진단을 통해 이달 중순까지는 구체적 쇄신안을 만들 예정이고, 이에 앞서 지난주부터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직 및 희망 퇴직 등에 대한 안내를 시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개성공단은 2016년 이후 6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가동 중단 상황에서도 매년 8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돼왔다. 공단이 가동할 당시 90~100억원 수준이던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 이 와중에 북한은 개성공단 운영권을 중국 측에 파는 방안을 시도했고, 정부는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성명을 내 이같은 움직임을 공개 경고했다.

정부의 고위 인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라'고 지시한 배경 중 상당 부분이 개성과 연관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일각에선 "법정기구인 개성재단이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가 남아 있고, 향후 재개에 대비한 최소한의 조직·인력의 유지는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기관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과 국정기조에 맞는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이 추가로 개성재단에 전달됐다고 한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국의 경우에도 경수로 지원 사업을 청산한 이후 '1인 연락사무소'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재단을 기존 규모와 같이 방치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인사는 "올해 5월경까지 예산 지원과 집행 내역을 보면 사업과 관련한 모든 예산은 사실상 동결 또는 보류된 상태에서 최소 인건비만 지출됐다"며 "남북 간 교류협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내년도 예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협회에 최소 30% 이상의 구조조정 안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 관계자들은 정부가 요구한 '최소'라는 말 자체에 구조조정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로, 이같은 기류는 향후 통일부 본부에 대한 대대적 수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4월에 단행한 통일부에 대한 조직개편에서도 대북 지원이 아닌 헌법 본연의 업무에 집중한다는 기류가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정부는 통일부 교류협력실을 교류협력국으로 축소하는 한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폐지하고, 그 기능을 남북회담본부로 넘겼다. 반면 북한 인권 및 정세 분석 기능을 강화 대폭 강화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통일부가 담당하는 업무는 크게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종합적 기본정책의 수립 ▶이에 관한 기획의 종합·조정 ▶통일교육, 기타 통일에 관한 사무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통일부가 주력해왔던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대신 북한인권 문제와 대북 정보 수집 등에 특화된 새로운 통일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여권의 고위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에게 '대북정책도 가치외교라는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가치외교에 기반한 대북 정책과 이를 통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며 "통일부에 대한 근원적인 쇄신은 김영호 후보자의 청문회가 마무리 된 뒤에 보다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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