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먹겠다"는 야당이나, 수조물 들이킨 여당이나…엽기 정치 [현장에서]
청산가리·똥·사이비….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보고서발표를 앞두고 지난 나흘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주고받은 말들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비록 탈당했다지만 김남국 의원의 불법 코인 투자 의혹에 휘말린 민주당은 그 탈출구로 후쿠시마 관련 괴담 생산과 유포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석수를 앞세워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결의안’을 일방처리했다. 바로 그 본회의 때 민주당 소속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일본 홋카이도 골프 여행을 계획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다 카메라에 포착됐다. 정치권에선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극한의 공포로 몰아가던 민주당의 전형적인 이중성이 드러난 순간”이란 비판이 나왔다.
1일에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도 열었다. 재선인 임종성 의원은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7월 한 달 동안 충청·호남·제주 등 전국을 돌며 장외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런 민주당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5년 전 미국산 소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마시겠다던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의 말마따나 15년 전 광우병 선전선동을 재연하는 민주당의 행태도 문제지만, 여권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지난달 30일 오염수 방류 우려로 위축된 수산업계를 돕고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 자리에서 당내 중진인 김영선 의원이 대뜸 수조의 물을 손으로 떠마셨다. 상인이 “정수된 물로 일본 오염수와는 상관없다”고 설명했지만, 김 의원은 아랑곳없이 7번 반복해 수조물을 떠 마셨다. 김 의원의 권유에 옆에 있던 류성걸 의원도 수조물을 들이켰다. 당장 “괴기스럽다”라거나 “엽기적이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임위별로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횟집 투어’는 국민의힘의 장외 여론전 전략 중 하나다.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동시에 불안감을 낮추겠다는 의도는 이해된다. 그런데 “그렇게 안전하면 직접 마시라”는 민주당의 1차원적인 선동에 당 중진 의원이 '행동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는 민주당과 닮은꼴 대응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매우 걱정된다’는 응답이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는 응답이 16%였다. 국민의힘 지지층(53%)과 보수층(57%) 등 여권에 우호적인 응답자들도 과반이 우려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을 제대로 담보하지 않으면, 정부 여당이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일본 정부를 규탄할 것”이라는 정확한 메시지다. 김 대표가 3일 당내 의원들에게 “당이 일본의 대변인 역할처럼 하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오염수 방류는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일본 내에서조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첨예한 사안이다. 야당의 ‘똥 발언’에 ‘수조물 찍먹’으로 대응하는 식으로는 국민적 불안감이 해결되지 않는다. 필요한 건 엄정한 과학이자, 정확한 전달이며, 단호한 외교적 스탠스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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