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 말라리아 2배 늘었다…밤엔 이런 옷이 효과
최근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말라리아 등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의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올해 모기 매개 바이러스의 전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라리아 환자 수는 279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34명)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달에만 145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월별 환자 수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말라리아 환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경기 파주·김포·고양시 등은 1일부터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별로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충 제거 작전을 펼치고 있다.
신미화 인천시 서구보건소 주무관은 “기온이 지난달 중순부터 7월 말 수준에 육박하다 보니 그만큼 모기 개체 수와 활동량이 증가했다”며 “주로 못이나 웅덩이에서 모기 유충이 많이 발생하는 데, 비가 오다 보니 전에는 물이 고이지 않던 곳에도 물이 찬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파주시의 방역 담당자는 “말라리아 모기는 주로 밤에 활동하고, 어두운 옷은 보호색을 받다 보니 달라붙기가 수월하다”며 “예방을 위해 밤에는 긴 팔과 밝은색 옷을 입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성질환으로 주로 경기 북부와 강원도 등 접경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은 2019년 ‘말라리아 재퇴치 5개년 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에서 2023년까지 말라리아 환자 발생을 0건으로 만들고, 2024년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퇴치 인증을 받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로도 말라리아 환자 수는 300~400명 수준을 유지했고 올해는 환자 수가 오히려 더 늘었다.
또 다른 모기 매개 감염병인 일본뇌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를 올해 첫 발견했다”며 “지난해보다 3주가량 빨리 발견된 것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모기 성장 빨라져
서울시는 온도와 습도, 채집되는 모기 수 등을 토대로 모기활동지수를 산출한다. 지난달 모기활동지수는 76으로 6월 기준으로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비가 오면 물웅덩이가 고이는 등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모기가 더 빨리 자라게 된다”며 “봄부터 비가 많이 내리고 기온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예년보다 모기가 많이 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객 늘자 뎅기열 환자 유입 4배↑
황경원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최근 폭염‧홍수 등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국가 순으로 뎅기열 발생이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동남아 여행객이 급증함에 따라 뎅기열 유입도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HO “엘니뇨로 모기 바이러스 전염 증가”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의 활동 기간과 영역이 점차 늘어나는 것도 감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온난화의 여파로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지역이 확대되는 현상은 북미와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모기에 의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는 4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 현상이 지구 기온을 더 높여서 전 세계적으로 모기 매개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모기의 번식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이른바 아르보바이러스(모기 등에 의해 매개되는 바이러스)의 전염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권필 기자, 정상원 인턴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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