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 500번 강조하고도 '챗GPT 열풍'선 소외...이유는?"

뉴욕=조슬기나 2023. 7. 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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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인공지능(AI) 투자에 나섰던 손정의(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정작 챗GPT가 촉발한 최근 AI 열풍에서 소외돼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억만장자인 손 회장은 2017년부터 공식석상에서 AI를 500번 이상 언급하고 1400억달러 이상을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인물이다. 이는 막대한 돈을 퍼붓고도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AI 투자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AI 혁명을 위한 투자회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나 최근 AI 열풍은 놓쳤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손 회장은 6년 전 세계 최대 IT투자 펀드인 비전펀드를 출시하면서 "우리는 무작정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AI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후 14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가시화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막대한 투자 손실로 몇달간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지난 6월 손 회장은 오랜만에 주주총회에 참석해 침묵을 깼다. 이 자리에서 "AI가 인류를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재선포한 그는 "(AI 투자에서) 많은 실수를 했고, 당혹스러웠다"면서 부진도 인정했다. 공개석상에 참석하지 않는 동안 '챗GPT' 등 생성형 AI와 관련해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도 말했다. WSJ는 "손 회장이 AI에 1400억달러를 투자하고도 보여줄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제 다시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WSJ는 손 회장이 2017년부터 작년 중반까지 실적발표 등 공식석상에서 AI를 무려 500번 이상 언급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AI 투자 트렌드를 놓쳤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투자 실수는 최근 AI 투자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매체는 "수십개의 회사, 업계 영역에 걸쳐 자금이 분산되더라도 승자를 고르기는 쉽지 않은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손 회장이 최근 AI 열풍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주된 이유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기술에 많이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생성형 AI 스타트업 26개사 중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하나뿐이다.

여기에 수많은 기술주들의 랠리를 이끌어낸 AI 열풍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도어대시, 쿠팡 등 36개 기업에는 거의 여파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소프트뱅크가 2017년 40억달러를 투자했다가 2019년 지분을 매각한 엔비디아의 경우, 이후 주가가 10배 치솟았다.

투자 대상도 문제로 꼽혔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가 후원하는 기업의 90%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AI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업들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WSJ는 "소프트뱅크는 수년간의 투자 동안 생성형AI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회사는 피했다. 대신 AI를 활용하고 있고 성장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회사, 예를 들어 자율주행기술업체 등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지적했다.

타이밍 역시 좋지 않았다. 과거 소프트뱅크가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출시한 직후 약 6년간 생성형 AI 기술 개발은 초기 단계였고, 투자할만한 AI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2022년 초 기술주 급락으로 기록적 손실을 기록하며 스타트업 신규 투자를 중단한 이후, 생성형 AI 기업들은 본격적인 자금조달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하반기 오픈AI는 챗GPT를 출시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손 회장이 다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반격에 나설 때가 오고 있다"고도 예고했다. 소프트뱅크가 2016년 320억달러에 인수한 ARM의 경우, 현재 AI 열풍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몇달내 추진될 기업공개(IPO)에서 ARM의 기업가치가 6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카르마 플랫폼에 대해 연구하는 애널리스트 빅터 갈리아노는 WSJ에 "ARM은 간접적으로 (AI열풍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위치"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소프트뱅크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확실한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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