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쟁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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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날,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한 호텔에 놓인 피아노 앞에 한 소년이 혼자 앉아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민 애창곡 '달 밝은 밤에' 연주가 시작되자 캄캄한 벙커에서 공포에 떨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강원도 강릉에서 어제 개막한 세계합창대회 참석을 위해 우크라이나 보그닉소녀합창단이 한국을 찾았다.
폴란드를 거쳐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전사를 위한 곡 등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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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날,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한 호텔에 놓인 피아노 앞에 한 소년이 혼자 앉아 있었다. 러시아군의 진격 소식에 공습경보가 울리고 사람들은 도시를 떠날 준비로 분주했다. 혼란의 와중에 소년은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17초짜리 이 영상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일상이 공포로 바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묵묵히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피아니스트’가 떠오른다는 이들도 많았다.
그해 3월 2일 하르키우 지하벙커에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졌다. 우크라이나 국민 애창곡 ‘달 밝은 밤에’ 연주가 시작되자 캄캄한 벙커에서 공포에 떨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벙커 밖에서는 러시아군이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지만 바이올린 연주자 앞에 선 피난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고 춤을 추며 서로를 위로했다. 하르키우국립예술대학교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베라 리토프첸코가 마련한 즉석 공연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음악은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했다. 잠시나마 사람들을 두려움과 공포에서 구하고 희망을 갖게 한 것이다.
강원도 강릉에서 어제 개막한 세계합창대회 참석을 위해 우크라이나 보그닉소녀합창단이 한국을 찾았다. 지금도 매일 밤 우크라이나에는 미사일이 떨어져 사람이 죽고 집이 파괴된다. 그래도 이들은 합창을 멈출 수 없었다. 처음엔 화상통화로 연습하다가 상황이 조금 나아지며 대면 연습도 가능해졌다. 경보음이 울리면 연습실 지하에 있는 대피소에 내려가 노래를 불렀다. 폴란드를 거쳐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전사를 위한 곡 등을 부른다.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특별 공연도 준비했다. 목숨과 집을 잃은 고통을 알기에 이들에게 공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음악은 이제 국경 넘어 우리의 마음까지 어루만질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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