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사형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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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시내에는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 흔적이 많았다.
'더글로리'처럼 직접 복수가 아니어도 사형 공급자를 다양하게 선택한다.
최근 연일 쏟아지는 사형 콘텐츠들에 푹 빠져든 한국.
따라서 사형은 '불의의 견제' 기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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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시내에는 영화 ‘대부’의 돈 콜레오네 흔적이 많았다.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콜레오네 마을에서 여러 마피아가 나왔다. 세도가들의 수탈에 복수하고자 가족 단위로 뭉쳤으나 19세기 중반부터 폭행 대리업을 일삼았다. 세계대전 후 도시로 나갔고 정부와 유착했다. 일부는 미국으로 옮겨 범죄집단이 됐다. 장의사 사장이 딸의 복수를 읍소하던 대부의 첫 장면은 ‘거래’였다. 또 할리우드의 침대에 만든 피의 공포는 ‘이행’이었다. 이제 마피아는 갈취, 이권 개입 및 불법 해결사 속성의 범죄조직을 통칭하기도 한다.
공권력 밖의 사적 제재 중 예전 멍석말이처럼 형벌 요소를 띠는 게 사형(私刑)이다. 수요자는 대개 피해 당사자이지만 제삼자도 가능하다. ‘더글로리’처럼 직접 복수가 아니어도 사형 공급자를 다양하게 선택한다. 일테면 특정인 ‘길복순’이나 ‘사냥개들’을 찾고, ‘모범택시’를 타든지, 불특정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한다. 빌런을 보고 자가발진하는 다크 히어로도 많다. 최근 연일 쏟아지는 사형 콘텐츠들에 푹 빠져든 한국. 디스토피아 속 권선징악과 짜릿한 액션도 한몫했으리라. 하지만 단지 그런 재미 때문만이겠는가.
시칠리아에서처럼 폭압에 대항했던 조직 또는 치안 공백을 메꾸려 했던 비질란테(자경단)가 사형의 주요 모태였다. 현대에도 사법체계가 열악하고, 넓은 국토에 분권화가 심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공분할수록 시민들은 사형에 기댄다. 그러니 ‘공권력의 보완’ 기능을 한다. 공권력이 힘에 부칠수록 사적 분쟁 해결이 유용해진다는 법경제학계 일반론과 같은 맥락이다. 혹은 사법권 오남용도 사형을 부른다. 실제로 단어 마피아에는 부당한 법적 속박에 대한 저항이라는 뜻도 있다. 따라서 사형은 ‘불의의 견제’ 기능도 한다.
반면 사형에 대한 반대도 거세다. 수요자가 왜곡할 수 있고 공급자는 검증하지 않으니 노골적 테러나 허위 폭로처럼 선한 자를 무고하는 오류가 커진다. 여기에 공급자의 탐욕도 가세해 확실한 서비스를 위해 과도 보복을 한다. 하나같이 ‘과잉처벌 사회’를 유발하는데 그 부작용은 역사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설사 사적 분쟁조정 수단을 쓰더라도 사전 쌍방 동의는 필수 조건이다.
합법이라면 선착순 거래가 한층 더 설친다. 청부 대가를 독차지하려고 ‘존 윅’에서처럼 모두 득달같이 달려들 테고 킬러들끼리의 싸움도 잦아진다. 형벌 집행을 위한 현상금 사냥꾼 제도가 현대사에서 점차 사라진 이유 중 하나도 이 자원의 과다 투입이었다. 마구잡이 사형은 게다가 부패의 벽도 공고히 쌓는다. 민간 재산을 공복들이 불법적으로 이전하는 게 바로 부패다. 그들은 불법에 익숙한 마피아를 종종 고용한다. 관계는 차차 초법적 카르텔로 강화되고 마피아는 단순 해결사에서 적극적 이권 탈취자로 변신한다. 이중 삼중으로 경제를 좀먹는다.
그래서 사형은 금지가 옳다. 한국에서도 헌법(12조)과 형법(1조)의 신체자유권과 죄형법정주의에 의해 배제된다. 한데 순기능도 분명하다. 합당한 사용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 취지에 맞고 공권력의 한계도 보완한다. 면책 사유들이 결국 중요한데, 현행범 대상의 사적 제재가 자기나 타인의 법익 보호를 위한 행위라면 사회가 허용하는 것으로 넓게 보아 정당방위로서 인정해주자. 한편 사법체계가 잘 작동하고 범죄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면 국민이 사형에 기댈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3부 모두 깊이 곱씹어야 할 메시지다. 거꾸로 부실한 공권력이나 유정(情)무죄의 불공정은 남달리 열정적인 국민을 사형 콘텐츠에 더욱 몰입시키리라.
김일중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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