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랠리에 억만장자 자산 급증...머스크 126조원↑

올 상반기 미국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세계 500대 부호들의 자산가치가 1000조원 이상 급증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상반기 세계 500대 부호들의 자산가치는 총 8520억달러(약 1112조71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개월 동안 1인당 매일 1400만달러(약 183억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억만장자들에게는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가 반등한 2020년 하반기 이후 최고의 반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호들의 자산가치가 급증한 것은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지역은행발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증시가 광범위한 상승세를 보인 여파로 해석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이 기술주 랠리로 이어지면서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32% 치솟았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 역시 16%가량 뛰었다.

세계 최대 부호인 머스크 CEO(2340억달러)는 지난 6개월간 순자산이 무려 966억달러(약 126조1600억원) 늘어났다. 메타플랫폼을 이끄는 마크 저커버그 CEO(1040억달러)의 순자산도 589억달러 증가했다. 이는 세계 10대 부호 중에서도 순자산 증가폭 기준으로 1,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간 테슬라와 메타플랫폼의 주가는 각각 112%, 138% 상승하며 이러한 순자산 확대에 톡톡히 기여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1540억달러),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1330억달러) 역시 올 들어 AI 열풍으로 아마존과 오라클의 주가가 뛰면서 순자산이 각각 474억달러, 408억달러 증가했다. 최대 부호 타이틀을 두고 머스크 CEO와 엎치락뒤치락해온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의 자산은 382억달러 증가한 20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자산은 244억달러 늘어난 1340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순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부호는 인도 아다니 그룹을 이끄는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다. 지난 6개월간 아다니 회장의 순자산은 무려 602억달러(약 78조6200억원) 감소했다. 연초 미국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리서치가 아다니 그룹의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의혹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공개한 여파로 분석된다. 아다니 회장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으나, 주가는 폭락했다.

힌덴버그는 또 다른 억만장자 투자자인 칼 아이칸의 자산도 끌어내렸다. 아이칸의 지주회사인 아이칸프라이즈의 주가는 지난 5월 힌덴버그의 공매도 보고서 공개 직후 뉴욕검찰까지 조사에 돌입하면서 급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올 상반기 아이칸의 순자산은 134억달러, 무려 57% 감소했다. 이는 세계 500대 부호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