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15·끝> 그래도 개척!
이 땅에 공동체는 많다. 하지만 새로움을 끊임없이 지향하는 공동체는 개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변혁을 향해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을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 세상의 가치로 목회를 평가하지 말고 건강한 공동체로서 가야 할 길을 걸어가야 한다. 아무리 어렵다 해도 새로운 공동체가 시대적으로 필요하다. 누가 뭐라 하든 그래도 개척이다.
지난 4개월여 시간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새로운 만남과 이야기들을 통해 또 다른 고민이 생기고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실은 어렵다. 먹고 사는 길이 막막하다. 오늘의 혹독한 목회의 장을 물려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뭐라 말하기도 미안한 게 솔직한 심정이며 현실이다.
목사님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입안에 털어 넣은 커피가 항상 쓴 물로 변하는 시간을 경험했다. 현재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의 교회들도 모두 애쓰지만 각자 저마다의 한계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그래도 개척을 해야 한다. 목회의 비전을 향해 그리고 사람 살리는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비본질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교회를 세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예배 처소에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는 일은 하지 말자.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가 되게 하고 그들이 서 있는 곳이 교회가 되도록 사역하자. 개척한 뒤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상심하는 여정을 지나게 될 때가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 좌절과 한탄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선배의 국밥 한 그릇에 힘을 얻자. 개척을 처절한 시간으로 만들지 말자. 기쁨과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보자. 아무리 어려워도 그래도 개척이다.
한 사람 앞에서 전달되는 설교가 큰 청중 앞에서의 어떠한 말보다 힘이 있길 소망한다. 한 사람을 만나 양육하고 훈련함이 기쁨의 시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심방하고 밥상을 나누는 시간이 작은 천국이길 기도한다. 그러나 애쓰고 힘써 세워가던 성도가 비수를 꽂으며 떠날 때도 그 상처가 독이 되지 않길 기도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있어도 그래도 개척이다.
새벽에 나와 기도하며 누군가 함께 기도해줄 성도를 기다릴 때 외롭지 않기를 응원한다. 애써 고민하고 힘차게 준비한 새로운 성경공부를 가르칠 성도가 아무리 적어도, 힘을 다해 외치는 입술이 되길 응원한다. 개척 후 시간이 지나고 생계의 압박이 덮칠 때도 그저 절망만 하지 않기를 응원한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생계를 책임지는 일을 하며 교회를 세워가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다치질 않길 응원한다. 교회에 출근하며 교회를 왜 개척했나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무거워져도 그래도 개척이다.
이 모든 일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개척하면 다 겪는다. 사람이 조금 모여도 어렵고 안 모이면 더 어렵다. 소위 잘나가는 동기들의 소식이 그리 반갑지 않다. 그 소식을 축하하고 격려하고 지지하려는 마음이 한 방울도 생기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기도해보고 소리쳐 부르짖어도 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개척이다.
지금도 이곳저곳을 떠다니며 교회를 찾는 이들이 있다. 기존 교회에서 새로움을 고민한 공동체를 찾는 이들이 있다. 진정 사랑하고 말씀을 의지하여 서로 손을 붙잡고 나아가는 예배 공동체를 찾는다. 지금 그 일을 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세워가는 기쁨이 넘치길 기도한다. 예배를 통해 변화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동체를 세워가자. 숫자에서 자유하라. 남하고 비교도 하지 말자. 지금 세워가는 공동체는 세계에서 유일한 생명체다. 지칠 때는 쉬어가고 조급할 때는 멀리 보고 짜증 날 때는 소리라도 지르자.
그래도 개척이다. 이 길을 가야만 한다. 교회를 세우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며 생명을 구해내는 일이다. 개척의 현장에 동역자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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