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팀 켈러를 추모하며
지난 5월 19일.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사역의 방향타 역할을 했던 팀 켈러 목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독특했다. 누구보다 보수적 신앙을 고수했으나 언제나 그의 사역은 변혁적이었다.
그는 ‘도시’에 대한 분명한 부르심을 확신했다. 그리고 모든 교회가 문을 닫고 나오던 세계이자 가장 세속적인 도시 뉴욕 한복판에 리디머교회를 개척했다. 그 교회에는 엄청난 부흥이 일어났다. 더 놀라운 것은 부흥의 주요 요소다. 기존 교회 성도의 수평 이동이 아닌 회심자들이 바탕이 된 부흥이었고, 그의 메시지는 대세에 역행하듯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사나 주제가 아닌 한참 철 지난 듯한 변증적 방법으로 오직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데만 집중했을 뿐이었다.
그는 개교회의 대형화를 뒤로한 채, 이른 은퇴 후 ‘시티 투 시티(city to city)’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그리고 교회를 지속적으로 개척해가는 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독특한 행보가 그저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도리어 더이상 복음이 필요 없어 보이던 부유한 서구 사회에,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음을 증명하는 듯한 결과물로 도출됐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사후 추모 열기 역시 뜨거운 것 아닐까. 다만 그 추모 물결 가운데 못내 아쉬움이 느껴진다.
인간에게는 지배받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우상화하고자 하는 욕구 역시 병존한다. ‘우상 숭배하지 말라’는 계명만큼은 숙지하는 기독교인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거인들의 사후에 그를 건강하게 계승하고자 하는 흐름도 있지만 정반대로 ‘우상화’의 흐름 역시 공존했다.
무엇이 계승이고 무엇이 우상화인지에 대한 판별법은 간단하다. 그의 ‘시각’을 이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가 취한 ‘방법론’에 천착하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시각은 성경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영속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취한 방법론은 그의 개인적 성향과 그가 살던 시대, 환경에 종속되기 때문에 가변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회사는 위인에 대한 ‘계승’보다는 ‘우상화’가 앞섰다고 증거한다. 시각은 심원하고 추상적이나 방법론은 쉽고 구체적이기에 훨씬 더 추종자들을 모은다. 그렇게 우상화는 지치지도 않고 반복됐다.
팀 켈러에 대한 추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를 추모하는 것은 방법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시각을 이어가는 것이다. 팀 켈러는 이를 가리켜 스스로 ‘신학적 비전’이라고 명명했다. 복음을 토대로 신학을 구성하고, 그 신학에 의해 놓인 현장을 바라보고 분별하여 유기적으로 사역을 추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복음을 담은 신학적 틀은 신학사조나 교단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신학적 틀의 우열이나 다름이 아닌, 복음을 담은 신학적 비전을 토대로 주어지는 상황과 관계없이 언제나 일관성 있는 견해를 표출하고 반응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그의 시각은 철저히 땅과 이어졌다. 하늘을 아는 만큼 땅을 알기를 추구했고, 예수를 아는 만큼 사람을 알기를 추구했다.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칼 바르트의 말을 진정으로 실천했던 그는 신문이나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심지어 매주 비그리스도인을 만나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균형적 추구가 가장 보수적인 신앙의 기치를 내걸었음에도 가장 세속적인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회심 사역을 일구어낸 근원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그는 ‘복음’을 진정 ‘복음적’으로 전하려 열망했던 사역자라고 평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평전 ‘하나님의 사람, 팀 켈러’는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 ‘말씀 사역과 실천 사역의 균형, 인간의 문화를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도전하는 균형, 진리에 헌신하되 다른 신념의 사람들도 너그러이 품는 균형, 전통적 실천과 혁신적 실천의 균형. 많은 보수 장로교회가 양자택일을 원할 때 이 센터처치의 비전은 양쪽의 통합을 요구했다.’ 부디 그를 제대로 추모했으면 한다. 그의 ‘신학적 비전’을 계승해 복음을 복음적으로 전하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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