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차관, 공개석상서 "많은 여성과 잠자리" 발언…사임 압박 후폭풍

현예슬 2023. 7. 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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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왼쪽)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공개 석상에서 "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했다"는 등 저질 발언을 해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토리오 스가르비 차관은 지난달 21일 로마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문화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가 바로 성기라며 성기를 찬양하는가 하면 많은 여성과 잠자리했다고 자랑했다.

행사 초기 스가르비 차관은 걸려 온 전화를 받은 뒤 전화를 잘못 건 상대방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그가 퍼부은 욕설은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됐다.

최근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가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부분이 여성인 박물관 직원들은 알레산드로 줄리 관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스가르비 차관의 저속하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비난했다. 이 서한에는 박물관 직원 49명 중 43명이 서명했다.

줄리 관장은 전날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와의 인터뷰에서 박물관 직원들과 당시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사과했다.

줄리 관장은 "외설스럽고 성차별적인 발언은 공적 담론, 특히 문화의 영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성차별과 욕설은 어떤 맥락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 특히 문화 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발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예술 평론가 출신인 스가르비 차관은 과거에도 거침없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전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관인 산줄리아노 장관의 말에 "동의한다"면서도 자신은 문화부 차관의 역할이 아닌 "쇼에 출연한 것"이라며 "검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스가르비 차관이 사임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기에 나서자 야당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키아라 브라가 하원의원은 "스가르비 차관의 발언은 매우 심각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려스러운 문화적 퇴행의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 기관을 박물관의 여성 직원과 모든 여성에게 모욕감을 주는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여성인) 멜로니 총리가 이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합당한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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