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의 시시각각]누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한 건 지난달 15일이었다. 그로부터 2주일 만에 메가스터디ㆍ시대인재 등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공정위도 입시학원의 허위ㆍ과장 광고 단속에 나선다고 한다. ‘사교육 때리기’가 속성으로 빌드업됐다.
지난해 초ㆍ중ㆍ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이었다. 역대 최고치다. 특히 올해 1분기 가계소득 최상위(5분위) 가구의 월 사교육비는 114만3000원이었다. CNN은 1일 한국의 사교육 과열에 대해 “실험용 흰쥐들의 극한 생존 경쟁(rat race)”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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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킬러 문항 배제로 촉발
사교육 때리기 세무조사로 확산
부실한 공교육 놔둔 채 치료될까
」
하지만 이런 실태를 누가 모르나. 망국적 사교육을 둘러싼 잡음이 한두 해가 아니었음에도 최근 논란이 증폭한 데엔 그 주범으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지목한 탓이다. 윤 대통령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직격했고, 교육부 차관은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교육 현장에 파고든 사교육 카르텔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다.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의 경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임 역시 카르텔 묵인 혹은 방조와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여전히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무엇인지 갸우뚱해한다. 그 실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여권이 구체적 양상을 친절히 설명하고 나섰다.
①연봉 100억 일타강사=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일부 강사 연수입이 100억, 200억 하는 게 공정한가”라며 “다수에게 피해 주면서 초과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이고 사회악”이라고 했다. 수백억 연봉과 명성으로 대중의 선망이었던 일타강사가 척결 대상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국세청 세무조사엔 몇몇 일타강사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무작정 돈 많이 번다고 카르텔로 규정하면 손흥민은 사커카르텔, BTS는 K팝 카르텔인가. ‘부자=나쁜 놈’은 철 지난 민주당 프레임인데, 이를 흉내 내는 것도 난센스다. 게다가 일타강사의 인강(인터넷 강의)은 고품질 강의를 상대적으로 값싸게 유포해 ‘비싼 대치동 학원을 보편화ㆍ대중화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②수능출제위원 출신 사교육업자=지난달 22일 개설된 ‘사교육 카르텔ㆍ부조리 신고센터’엔 2일까지 261건이 접수됐다. 그중엔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신고’가 46건이나 됐다. 특히 S연구소 대표가 수능 출제 위원 경력을 내세워 문제집을 판 게 구체적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 현직 출제 위원이 수능 문제를 빼돌리거나 업체랑 짜고 친 증거 혹은 구체적 정황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중범죄다. 하지만 단지 과거에 수능 문제를 냈다는 이유로 관련 업체에서 일하지 말라는 건 억지에 가깝다. 출제 이력을 떠들어서 문제라고? 아니 수능 출제위원이 국정원 비밀요원인가. 평생 입을 꽁꽁 다물게. 그런 식이면 대법관이나 검찰 고위직이 퇴직 후 로펌에 가는 전관예우부터 뿌리 뽑는 게 순리다.
③86 운동권과 연계=80년대 운동권 출신은 생계를 위해 속셈학원 강사로 대거 취업했다. 그러다 94년 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 ‘말발 좋은’ 운동권 출신이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렸고, 그중에는 학원 CEO나 거물급 강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인강 시대가 열리면서 강사진 세대교체도 불가피했다. 정치권에서도 꼰대 취급받는 86 운동권이 사교육 정글의 세계에서 아직도 먹힐 거라는 건 착각에 가깝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출신의 현우진씨는 87년생, 유튜버로도 유명한 사탐 강사 이지영씨는 82년생이다. “86 운동권이 아닌 86년생”이 일타 강사로 자리 잡았다.
근본적으론 사교육을 때린다고 사교육이 과연 사라지느냐다. 학교 수업만으론 영 찜찜하고 속이 터져 돈 싸 들고 학원을 전전하는 게 현실이다. 망국적 사교육의 주범은 다름 아닌 부실한 공교육이다. 이를 외면한 채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공교육 무능 카르텔’을 비호하는 것 아닌가.
최민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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