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손절매' 송도 아파트 2억 반등했다…부동산 기운 차리나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1만 가구에 가까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 자체가 워낙 큰 데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강남 외곽에 위치해 주택시장의 온도계 역할을 해왔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주택 규모인 84㎡(이하 전용면적)가 입주 후인 2019년 15억1000만원에서 2021년 9~10월 23억8000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이후 급락해 올해 초 15억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매수 때보다 최대 5억원 싸게 되판 손절매가 잇따랐다. 헬리오시티 84㎡는 올 1월 실거래가 바닥을 친 뒤 지난달 다시 20억원을 넘어섰다. 거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년간 50건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99건이다.
서울 아파트 30대·외지인 비중 늘어
주택시장에 온기가 돈다. 주요 지표가 일제히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집값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6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이 ‘0’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이후 약 17개월 만에 ‘마이너스’ 행진이 끝났다. 서울은 5월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월간 변동률이 6월 ‘플러스’를 보였다. 전국 월간 변동률도 한두 달 내 하락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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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개월만에 집값 하락세 멈춰
거래량 늘고 청약경쟁률 뛰어
집값·금리 여전히 높고 불안정
금융위기 뒤 바닥 5년 이어져
」
수도권 회복세도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인이 1년 4개월 만에 7억원을 손해 보고 되팔아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인천 송도 아트윈푸르지오 106㎡도 5월 1억9000만원 오른 9억원에 실거래됐다. 올해 1월 1만8000건 아래로 곤두박질친 전국 아파트 거래량도 두 배가 넘었다. 5월 거래량이 2021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다시 4만건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시장엔 그간 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30대와 외지인(서울 이외 거주자)이 돌아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매매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30대 매수 비율이 올해 1~5월 다시 30%를 넘어선 32.9%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24.2%까지 내려갔었다. 지난해 말 이후 외지인 매수 비율이 25%를 넘기며 2006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고점보다 가격이 30~40% 빠지자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따른 시장 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잠재적인 투자 성향이 강한 30대와 외지인이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주택 매수세는 분양시장에서도 확연하다. 연초 분양가 규제가 풀리며 가격이 많이 오르는데도 청약경쟁이 치열해졌다. 3.3㎡당 분양가가 최고 3500만원이었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가재울아이파크가 89.9대 1을 기록했다. 3.3㎡당 3000만원이 넘은 경기도 단지들의 청약경쟁률도 올랐다. 송정윤 미드미네트웍스 부사장은 “집을 짓기 전에 미리 분양하는 분양시장은 미래 집값 기대를 선반영한다”고 말했다.
시장 심리도 들뜨기 시작했다. 국토연구원이 매달 조사하는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지난달 110을 넘어섰다. 100을 기준으로 초과는 상승, 미만은 하락 예상을 뜻한다. 전세보증금이 기존보다 내려가는 역전세 공포를 낳은 전셋값 내림세도 진정 국면이다. 주간 단위로 서울 아파트가 5월 말부터 올랐고 전국도 ‘0’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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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지수, 2021년 상반기 수준
하지만 시장이 바닥을 치고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가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최저점을 통과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바닥을 쳤는지, 바닥 다지기인지, 상승 본궤도에 들어선 것인지, 예열 중인지, 주식시장에서 죽은 고양이가 떨어진 뒤 튀어 오르는 모습에 빗대 반짝 상승을 비유하는 ‘데드캣 바운스’인지 등을 장담하기 어렵다.
여전히 현재 주택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다. 금리 급등이 집값 급락을 가져왔고 주춤해진 금리 상승세가 주택 수요를 늘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승세가 지난 1월 3.5%에서 5개월 넘게 멈춘 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꽤 내렸다. 신한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지난해 12월 5.45%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4.36%로 1%포인트 넘게 내렸다. 집값이 많이 내린 데다 금리가 내려 이자 부담도 줄면서 구매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래도 4%가 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집값 침체기 수준으로 높다. 현재 금리가 앞으로 계속 내린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미국 금리 추이, 세계 경제, 국내 경기 등에 따라 얼마든 다시 오를 수 있다.
집값이 많이 내렸다고 해도 지금 가격·금리로 집을 사기는 부담스럽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구매력지수가 지난해 10월 34.6까지 떨어진 뒤 최근 통계인 지난 3월 41.3까지 올라왔지만 아직 집값이 정점으로 치닫던 2021년 상반기 수준이다.
상반기 주택 수요 확대를 견인한 규제 완화 효과를 더는 기대하지 못한다. 규제 완화가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재건축부담금 완화가 야당 반대와 집값 회복 분위기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바닥 울퉁불퉁한 욕조형 형
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본격적으로 오른다고 볼 수 있는 ‘무릎’에서 매수하는 게 안전하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엔 바닥을 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오른 ‘V’자 반등이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뒤엔 그해 말 바닥을 쳤는가 싶은데 등락을 반복하며 2014년 하반기 상승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바닥을 다지는 데 5년 정도 걸렸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욕조형인 셈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에 따라 심리가 일부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리와 가격수준, 경기 둔화 등으로 거래 활성화가 지속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살 집을 찾는 수요자라면 단기적인 집값 출렁임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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