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투입 기금서 가짜 서류로 대출, 줄줄 샌 태양광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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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수천억원 비리 적발
관리 부실 책임 묻고 사업 전반의 재설계 착수해야
문재인 정부에서 전기요금을 재원으로 추진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비리가 적발됐다. 국무조정실이 정부 합동으로 2019~2021년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으로 대출받은 6600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지으려는 이들이 들어간 비용을 세금계산서로 증빙하면 정부가 해당 금액을 대출해 줬다. 그런데 절반가량인 3000여 건, 4800억여원의 대출에서 위법·탈법 사례가 확인됐다.
비리 양상을 보면 정부와 관련 기관이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했는지 알 수 있다. 적발된 대출 549건(974억원)은 근거가 된 세금계산서 자체가 가짜였다. 제출된 세금계산서의 합계액보다 많이 대출해 준 사례도 206건(401억원)이었다. 실제 쓴 비용보다 부풀린 세금계산서로 일단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하거나 축소한 사례도 1900여 건(3080억원)에 달했다. 일부러 세무당국에 금액을 축소 신고했다면 세금을 탈루했을 가능성도 있어 정부는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실제 농사는 짓지 않으면서 외양만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로 꾸민 뒤 태양광 발전 시설을 짓는다며 대출을 받아간 경우도 286건(398억원)이었다.
이런 사업은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추진됐다. 산업부가 운용하고 한국전력이 관리하는데, 국민이 낸 전기요금의 일부가 부적절하게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이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이 기금으로 추진한 사업 규모만 약 12조원이다. 한전이 최악의 적자 위기를 맞고 있고 전기료 인상에 서민들이 고통을 겪는데 이런 재원이 줄줄 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해당 기금이 들어간 ‘발전소 지역 지원사업’에서도 570억여원 규모의 위법·부당 사례가 포착됐다. 화력 등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보조금을 주는 사업인데, 한 마을회는 회관 건립용 보조금을 받은 뒤 짓지도 않았다. 창고 부지를 사들였다가 마을 회장이 친인척에게 되팔기도 했다. 기금이 투입된 전력 분야 R&D(연구개발) 사업에선 결과가 부실해 중단됐는데도 연구비를 회수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해당 기금의 절반만 들여다본 만큼 추가 비리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태양광 발전 지원사업은 확대해야 하는 만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금 관리 부처나 기관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허위 서류도 걸러내지 못하는 문제 등의 해결책을 찾아 낭비 요인을 없애야 한다. 탈세 여부도 과세 시스템을 통해 확인토록 하는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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