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며 춤추는 36세 비보이 “스쿼트도 아이 안고 하죠”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헌우(36·닉네임 윙)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리허설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헌우는 2일 중국 항저우에서 끝난 2023 세계댄스스포츠연맹 아시아 브레이킹 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올해 10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졌다. 7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 가운데 항저우 경기장(공슈 카날 스포츠 파크)과 선수촌을 그대로 사용했다.
4강에서 한국의 김홍열(39·홍텐)을 2대1로 꺾은 김헌우는 결승에서 상샤오유(중국)를 3대0으로 완파했다. 김헌우는 이번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내년 파리올림픽 예선전에 직행한다. 남자부 김홍열과 여자부 전지예(24·프레시벨라)는 동메달을 땄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생겨난 브레이크 댄스는 힙합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드는 고난도 춤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파리올림픽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브레이킹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김헌우는 ‘윙 밀(wing mill)’로 무대를 뒤집어버렸다. 닉네임 ‘윙(날개 단 듯 자유롭게 춤춘다는 뜻)’을 붙인 시그니처 무브다. 양다리를 잡고 웅크린 자세로 누운 뒤 등과 어깨 등 몸 전체로 360도를 연속 회전하는 기술이다. 몸을 알파벳 A 모양으로 만든 뒤 멈추는 ‘A 프리즈’, 물구나무 서서 두 손으로 도는 ‘투 싸우전즈(2000s)’ 기술도 펼쳤다.
브레이킹은 1대1 배틀 방식으로 2~3라운드로 진행된다. 심판들은 5개 채점 분야 중 김헌우의 독창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3일 귀국한 김헌우는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중압감을 느꼈지만, 댄서이자 선수로서 예술성을 보여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김헌우는 12세이던 1999년 만화 ‘힙합’을 보며 춤에 입문했다. 지하철 운행이 끝난 새벽에 대리석 바닥에서 연습했다. 취객이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실력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바꿨다. 김헌우가 2001년 주도해 만든 ‘진조크루’는 레드불 BC원 월드파이널 등 전 세계 최초로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지금까지 총 우승만 100회가 넘는다. 태권도·양궁처럼 한국 남자 브레이킹은 2005년부터 20년 가까이 세계 톱클래스를 유지 중이다.
김헌우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차지하는 ‘골든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어깨 부상으로 기권했던 그는 지난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7년생인 그는 올해 36세다. 내년 파리올림픽 때는 37세가 된다. 브레이킹은 어떤 종목보다 관절을 많이 사용한다. 김헌우는 “10대 선수를 상대할 때도 있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스타일로 승산있는 움직임을 가져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김헌우는 1남 2녀를 둔 ‘아빠 비보이’다. 집에서 육아를 하면서 거실·주방·아이방을 넘나들며 현란하게 브레이킹하는 영상을 찍은 적도 있다. 김헌우는 “평소에 아이 둘을 안고 집에서 스쿼트를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춤을 추겠다고 하면 ‘오케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춤을 춘다”고 했다.
■ ▶김헌우는...
「
나이: 36세(1987년생)
체격: 1m80㎝, 68㎏
가족: 아내와 1남 2녀
닉네임: 윙(날개 단 듯 자유롭게 춤춘다는 뜻)
소속: 진조크루
브레이킹 국가대표: 2022~
주요우승: 레드불 BC원 월드파이널 등 세계 최초 5대 메이저대회 석권, 2023 아시아선수권 등 우승만 100회 이상
시그니처 무브: 윙 밀, A프리즈, 투 사우전즈
」
박린 기자 rpark7@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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