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화의 힘" 주장한 날…반기문 "文시절 한미관계 냉랭" 일축

강현태 2023. 7.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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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평화롭고 균형외교 증진됐다"
주장에…潘 "일방적 평화 되뇌이는
유화주의에 안보 대들보 금이 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의미를 자화자찬한 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문 정부 시절 한미관계가 "70년 사상 그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펴낸 '평화의 힘'을 언급하며 "무척 반가운 책이다. 문 정부 평화관, 평화를 위한 쉼 없는 노력, 성과와 한계 및 성찰 등에 관해 언젠가 회고록을 쓴다면 담고 싶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차관은 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을 거쳐 외교부 제1차관 등을 역임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깊숙이 관여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분단국가로서 전쟁을 겪은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며 "평화는 국방과 외교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한 남북 간의 적대 해소 노력과 지정학적 환경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노력 없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평화를 얻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평화를 거머쥐겠다며 추진한 문 정부 외교·국방 정책이 유일한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흔들어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반 전 총장의 지적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과 '고려대학교 통일융합연구원'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공동개최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회사에서 "지난 70년 동안 한미 동맹은 흔들린 적도 많았다"며 "한미 두 나라, 특히 우리나라의 리더십과 정치 상황에 따라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만 해도 많은 곡절이 있었다"며 "70년 사상 그 어느 때보다 냉랭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와 고도화된 미사일을 앞세운 북한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일방적 평화를 되뇌는 유화주의가 한국 정치를 지배했다"며 "우리 안보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은 흔들렸고, 양국 신뢰에 금이 가고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임기 내 대북성과에 전념했던 문 정부 대북 접근법에 에둘러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한미 안보 역량 강화에 필수적인 연합 연습이 축소됐다"며 "합동군사훈련은 컴퓨터 게임으로 하거나 중단되다시피 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文, 尹정부 겨냥해
"냉전적 사고서 못 헤어나"

문 전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은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에 대해 정반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며 민주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 정부 외교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가치외교를 표방하는 윤 정부 접근법이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를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전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평화를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달리기를 했다면 남북관계와 안보 상황, 그리고 경제까지도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며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계승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예로 들었다.


해당 정부 시기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균형외교도 증진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민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해 국민소득 2만불 시대와 3만불 시대로 도약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최종현홀에서 열린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潘, 尹정부 가치외교 평가
北인권 외면 文정부 비판도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윤 정부 가치 외교가 한미동맹 복원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4월 26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흔들리는 동맹의 중심축을 바로잡은 중대한 계기이자 전환점"이라며 "이제 한미동맹은 확실히 복원됐다.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은 전략적 공동운명체임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동맹으로 그 차원이 확장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를 쉬쉬했던 문 정부를 겨냥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인권은 최소한의 도덕적 기반인 만큼, 북한을 포함해 인권을 함부로 다루는 나라를 좌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반 전 총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도 않았다"며 "7년 전 제정한 북한인권법은 사실상 사장되어 있었다. 언제까지 못 본 채하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 앞으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고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문 정부 시기 형해화됐던 한국형 3축 체계를 고도화해 자강 능력을 갖춰 미국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지난 정부에서 형해화됐던 한국형 3축 체계인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의 온전한 복원과 고도화를 통해 자강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자강은 동맹의 대체가 아니라 동맹의 보완이다. 자강으로 우리 힘이 강해질수록 한미 간 신뢰와 상호 의존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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