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분·노의 질주… 순자산 100조 시대
메타버스·AI 등 이슈엔 단기매매
장기 성장 예상땐 적립식으로 투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하며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증시에 상장돼 편의성이 높은 상품이다. 주식 매매처럼 투자 절차가 간편한 데다, 공모펀드 대비 낮은 운용보수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개인 투자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호가계좌수로 측정한 결과 국민 17명 중 1명은 ETF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2002년 10월 순자산 3552억원으로 출발한 ETF는 2019년 12월 기준 50조원을 넘어서는데 약 18년이 걸렸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3년 반 만에 급성장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누적 ETF 거래대금(692조2230억원)의 49.4%는 개인 투자자가 차지했다. 기관은 30.7%, 외국인은 19.9%에 그쳤다. 2006년에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18.3%에 불과했다. 하지만 재테크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활용한 장 단기 투자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가령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뉴욕증시 추종 ETF는 노후 대비를 위해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 같은 단기 테마가 시장의 관심을 받을 때 관련 ETF를 단기 매매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 투자하고자 하는 서학개미 수요를 ETF가 일정 부분 흡수했다는 게 거래소의 분석이다. 해외에 투자하는 ETF의 순자산은 2020년까지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최근 25%까지 올랐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4개가 해외투자 ETF였다.
시장 수요가 늘어난 만큼 상장된 종목 수도 크게 늘었다. 2002년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4개 종목으로 시작한 ETF는 지난달 29일 기준 733종목이 상장돼 있다. 국내에 투자하는 ETF는 449개, 해외 ETF는 249개였다. 국내외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는 35개다.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2년 4곳에 불과했던 ETF 운용사는 23곳으로 늘었다. 삼성자산운용(40.64%)과 미래에셋자산운용(36.62%)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KB자산운용(8.62%)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4.72%) 키움투자자산운용(3.06%) 등이 늘어난 ETF 투자 수요에 발맞춰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사실상 공매도가 불가능한 개인 투자자는 대체 수단으로 ETF를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닥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와 코스피 지수 하락률을 배로 추종하는 ‘KODEX 200 선물인버스2X’가 상반기 순매수 1위와 2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역발상’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여 연초 이후 20% 넘게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섹터로는 2차전지 등 신산업이 주목을 받았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3위에 오른 ‘SOL 2차전지소부장Fn’이 추종하는 지수에는 국내 2차전지 주요 상장주들이 고루 포함돼 있다. 해당 ETF에 투자하면 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차전지에 투자하고 싶지만, 변동성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의 발길이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주식형 중에서는 중국 전기차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인기였다. 이 ETF가 추종하는 지수에는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BYD’와 중국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 등 중국 A주, 항셍지수와 함께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 20종목이 편입돼 있다. 지난달 해외주식형 ETF로는 처음으로 순자산 4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형 ETF도 인기를 끌었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등 순매수 상위 6~10위는 모두 채권형 ETF가 차지했다. 이런 투자 판단에는 금리 수준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세 차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장기채 ETF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ETF에 편입된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하반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변동성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에 투자하는 ETF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있다. 연초 이후 일본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ETF는 ‘ACE 일본Nikkei225(H)’ ‘KODEX 일본TOPIX100’ ‘TIGER 일본니케이225’ 등이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주주환원에 따른 중장기 수혜가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일본 증시가 단기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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