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랠리? 일단 반도체·2차전지·車 주목
2023년 중 삼천피(코스피 3000)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올해 초만 해도 ‘삼천피’를 주장하는 이들은 비웃음을 당했을지 모른다. 2021년 코스피 3000을 뚫은 직후 얼마 되지 않아 주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주요 국가 금융당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부터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아직 소수 의견이기는 하지만 ‘삼천피’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2100선까지 무너졌던 주가가 슬금슬금 2600선까지 올라서다. 아직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주요국 금리 상승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인식이 퍼진 영향이 컸다. 실적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코스피 3000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22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6월 들어 2600 안팎에서 움직였다. 상반기에만 17% 넘게 올랐다. 6월 12일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는 2650까지 올라 지난해 6월 7일(2662) 이후 52주 최고가를 보였다.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도 같은 기간 50포인트 넘게 올랐다.
외인 매수로 예상 밖 강세
코스피 전망 최고치 3000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 실적 반등을 점치며 12조원에 달하는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 귀환에 12개 증권사의 하반기 평균 코스피 밴드는 2340~2770선으로 올라섰다. 6개월 전 발표한 전망치(2103~2679)보다 최대 237포인트(10.12%) 뛰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DB투자증권의 코스피 상단은 3000이다. 뒤를 이어 ▲KB증권(2920) ▲메리츠증권(2900) ▲한국투자증권(2800) ▲하나증권(2760) ▲삼성·NH투자증권(2750) ▲현대차증권(2700) 등의 순으로 코스피 상단치를 높게 봤다.
삼성증권은 코스피 전망 밴드를 2주 만에 15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 6월 15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동결하며 정책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2200~2600에서 2350~2750으로 높였다.
KB증권도 최근 코스피지수 상단을 2800에서 2920으로 120포인트(4.28%) 올려 잡았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하반기 증시는 실적 장세로 큰 조정 없이 주가가 오르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7월 경기 회복 지연과 고용 약화 우려로 조정 국면을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투자 심리도 살아났다.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투자자 예탁금(예탁금)이 늘었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지난 4월 말 53조원을 웃돌았던 예탁금은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에 48조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6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돌파하자 지난 6월 14일 한때 5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과 미국 연준 금리 인상 중단,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주 사이클 개시 등으로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7~8월 코스피 전망치 상단을 2900으로 제시했다.
단기 조정 주장 만만찮아
상승세만을 부르짖기에는 암초도 적지 않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코스피 상승세를 점치는 한편, 단기 조정론을 언급한다. 글로벌 증시 대비 단기간 빠르게 크게 올랐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론에 근거해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코스피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수준이다. 연초(10.7배) 대비 꽤 높다. PER은 주식 가격을 수익 비율로 나눈 값으로 통상 코스피 PER은 12배가 넘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이처럼 코스피 PER이 치솟은 근본적인 이유는 시가총액 감소보다 코스피 기업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22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8조84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조6779억원(57%) 줄었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실적이 최근 상승세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경기의 소프트랜딩(연착륙)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역시 안심하기 이르다.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제한적이고, 미국 기술 제재 여파로 대중국 수출 회복 기대감도 적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대형주로 구성된 코스피100지수는 연초 이후 19% 올라 고점을 보인 후 하락 전환했다”며 “코스피지수가 크게 조정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상승 속도가 빠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반기 코스피는 속도 조절 후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머랠리(여름철 강세장)’도 숨 고르기 가능성이 있다. 연준이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동결’을 내세우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한국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5월 이후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주간 단위로 따지면, 6월 19일 주 들어 외국인은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재무부가 국채 발행으로 현금 잔고 확충을 본격화하면 증시 투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 PER이 13배를 넘으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투자자가 몰린 점도 하반기 국내 증시의 변수로 언급된다. 경기가 좋을 때 투자 쏠림은 소외주 순환매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경기 불황 때는 시장 전반의 약세로 이어진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IT 하드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 수급이 집중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완만한 속도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7~8월 미 긴축 우려에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며 “연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리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조선, 철강, 차…호실적 기대
대형주 쏠림을 우려하지만 그래도 믿을맨은 대형주가 될 듯 보인다. 주요 증권사는 여름철 증시 전망과는 무관하게 주도주나 유망주로 일제히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를 지목했다.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내년 이익 추정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여름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에 덜 예민하며 구조적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는 산업이 유망하다”며 반도체·전기차(EV)·2차전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엔터테인먼트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KB증권 역시 “올여름 최고 유망주는 반도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반도체와 하드웨어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출 증가세가 뚜렷한 전기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신증권(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조선)과 메리츠증권(반도체, 자동차)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하나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반도체와 함께 조선, 철강, 헬스케어주를 꼽았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인터넷, 원전, 방산, 우주항공을 차선호주로 주목하라고 추천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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