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일으키는 망막질환 진단… AI 활용해 정확도 높여"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같은 망막질환은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노화'와 관련이 있어 고령화 시대에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망막질환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때도 많다. 망막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아니라면 간혹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망막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I(인공지능)를 보조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황덕진 센터장(AI빅데이터센터장 겸임)은 작은 병원에선 드물게 연구센터를 만들고 국책 과제도 수주했다. 그를 만나 망막질환에 있어 AI 진단의 유용성과 망막질환 치료의 최신 지견에 대해 들었다. 황덕진 센터장은 원래 ‘공돌이’였다. 서울대 공대를 3년간 다니다 중퇴하고 의대로 들어갔다. 서울의대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2019년 미국에서 인공지능 분야로 장기 연수를 다녀온 뒤 한길안과병원에 ‘AI 빅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우리 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 대상 의료기관으로 선정돼 2021년부터 3년째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아닌 병원급으로는 최초로 선정됐다. 선정된 의료기관들은 안전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환경을 구축하고, 분야별 데이터 특화를 추진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망막질환을 정밀진단하는 데 필요한 빛간섭단층촬영(OCT) 이미지 등을 모아 안과 특화 데이터를 정제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안과 질환 판독 프로그램 개발 등 여러 연구를 추진하는데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망막질환 진단에 AI가 활용되면 정확도가 높아지는 건가?
그렇다. 나도 AI 연구 초창기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병원 자체 연구 결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AI 프로그램의 판독 정확도가 안과 의사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망막의 단층을 보는 OCT는 이미지 판독에 어려움이 있는데, AI프로그램의 판독 정확도가 망막 전문 의사들과 비견할 만하고, 망막 비전공 안과 의사들보다는 오히려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안과 의사 6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프로그램이 특히 망막을 전공하지 않은 의사들의 진단에 도움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진료 시간과 로딩을 줄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황반 질환을 가리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올해는 10개 질환을 구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AI관련돼서 지금까지 출간된 논문만 6편이고 리뷰 심사 중인 것은 3편이다. AI빅데이터센터에는 7~8명이 있으며, 최근 병원 안에 AI스타트업도 만들었다.
두 질환은 모두 나이와 관련이 있다. 황반변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질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화로 인해 발생률이 올라가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유병 기간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올라가므로 나이와 관련이 있다. 고령화 시대에서 두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이 있으면 거의 생긴다?
그렇다. 당뇨병 진단 후 5년 내에는 망막 합병증이 별로 안 생기지만, 대개 당뇨 진단 후 15년이 지나면 80~90%에서 당뇨망막병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의 세부 단계 중 실명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한 단계가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인데, 당뇨 진단 후 15년이 지나면 15~20%에서 생긴다. 인슐린을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에서 위험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의심 증상은?
시력의 90%를 담당하는 망막 중심부 ‘황반’에 부종, 출혈, 삼출물 등이 생기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선이나 사물이 굴곡져 보이는 변시증, 암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황반부가 아닌 망막 주변부에 부종·출혈·삼출물이 생기면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잘 모를 수도 있다. 황반변성은 증상이 비교적 뚜렷해 바로 발견되는 데 비해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아 증상을 못 알아차리는 경우도 많다. 또 주시안(주로 쓰는 눈)이 아닌 비주시안 망막에 이상이 생기면 증상을 못 느낄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의 조기 진단은 제대로 되고 있나?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 진단 초기에 당뇨망막병증 여부 검사를 위해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하는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제2형 당뇨병은 언제부터 당뇨병이 시작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망막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안과 검진을 꼭 받아봐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망막 검사를 해서 눈에 합병증이 안 왔다면 1년에 한 번씩만 안과 검진을 받아도 된다. 일반인은 40세 이상이라면 눈에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망막 상태를 살피는 안저검사를 해야 한다.
-각각 질환 치료법과, 최신 치료법이 있다면?
황반변성은 대개 눈 속 항체주사 치료를 하게 된다. 항체주사란 비정상적으로 자란 맥락막 신생혈관의 발생과 영양 공급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에 대항하는 항체를 눈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다. 이미 만들어진 신생혈관뿐 아니라 신생혈관이 앞으로 더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황반변성에서 눈 속 항체 주사 치료를 하면 환자의 80~90%는 시력을 유지하거나 호전을 경험한다. 그러나 제때 주사 치료를 지속하지 않거나, 심하게 출혈이 발생하면 시력이 더 떨어지거나 실명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담당 의사와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 꾸준히 주사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항체주사는 처음에 한 달 간격으로 3회 맞고, 효과가 있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돼 본인부담금 10%만 내면 된다.
당뇨망막병증은 눈 상태에 따라 눈 속 주사(항체주사), 레이저, 수술 등을 시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망막 혈관 기능을 좋게 하고 항산화, 항염증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경구제를 보조적으로 쓰기도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황반부종으로 시력이 떨어지면 눈 안에 주사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드물게 주사 치료로 호전되지 않으면, 레이저, 수술적 치료 등을 고려한다. 당뇨망막병증이 비교적 초기에 발견됐고 시력 이상이 안 나타났다면 특별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하도록 교육한다.
최근 시도되는 망막질환 치료법으로는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가 있다. 아직 연구 단계이며 임상 적용은 안 하고 있다.
-항체주사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출시되고 있다. 향후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나?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적인 항체주사인 ‘루센티스’ 보다 저렴하게(30~35만 원) 출시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의 영향으로 루센티스 가격도 기존 약 82만원에서 약 58만원으로 30% 가량 내려갔다. 또다른 항체주사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도 곧 출시될 예정이고, 좋은 효과와 긴 지속시간을 가진 신약들도 속속 나오고 있어 향후 환자들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될 것이고, 치료비 부담은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국가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가능한 얘기다.
당뇨 진단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당뇨망막병증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초기 단계에서 진단을 받고 제때 치료를 받아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같은 심한 단계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평생 혈당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연령관련 황반변성 역시 세월의 흐름 앞에 질환을 완전히 되돌릴 방법은 없다. 건성황반변성, 습성황반변성이 발생했다면 정식 치료와 함께, 보조제(루테인, 지아잔틴 성분이 들어가 있는 AREDS 포뮬러 제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예방 목적으로는 이 보조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황반변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담배와 자외선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질환 모두 치료가 ‘장기전’이므로 담당 의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꾸준히 잘 치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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