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90% 이상 로봇 수술로 절제… 초기 치료 중요”
국내에서도 증가 추세 가팔라
80% 이상 65세 이후에 진단돼
로봇 팔 활용 정밀한 수술 가능
전립선암 치료에서 로봇 수술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았다. 골반 깊숙이 좁은 공간에서도 로봇 팔을 활용해 보다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진 것. 전립선암 수술 전문가인 추설호 아주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절제의 90% 이상을 로봇 수술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에 수술 등으로 적절히 치료받는다면 향후 10년간 암의 재발 없이 생존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며 “전립선암이 60·70대에 주로 발견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본인의 원래 수명을 다할 수 있을 정도로 예후가 좋다”고도 했다. 추 교수에게 전립선암의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전립선암의 발생 양상은.
“전립선암은 50세 이전에는 드물고 그 후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률이 점점 증가해 80% 이상이 65세 이후에 진단된다. 서구적 식생활과 인구 노령화, 건강검진 활성화 등으로 국내에서도 빠르게 증가 추세다. 2020년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남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 3위(1만6815명 발생)를 차지한다. 직전 해보다 한 단계 올라섰다. 순위가 점차 올라가 2~3년 내 최고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비교적 ‘온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치료 효과가 좋고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암의 분화도 및 병기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의 차이가 크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악성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즉, 암 분화도가 안 좋은 유형이 서양인보다 많다는 뜻이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적인 특징이나 유의할 점은.
“초기(1·2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몸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유방암처럼 자가 검진도 불가능하다. 암이 어느 정도 커져서(3기 이상) 요도나 주위 조직을 압박하면 배뇨 곤란과 혈뇨·혈정액 등의 증상을 보인다. 뼈로 퍼진 경우 심한 통증을 느낀다. 척추에 전이되면 골절에 의한 척추 압박으로 하지 마비가 올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과는 구별해야 한다. 두 질환은 나이 들수록 증가하고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전립선비대증이 오래되면 전립선암으로 진행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둘은 서로 관계가 없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선별 검사가 중요하다. 대부분 건강검진 시 피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로 암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PSA 값이 3.0~4.0 이하면 정상이고 그 이상이면 추가 검사를 요한다. 확진을 위해선 전립선 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 남성에게 PSA 검사가 권장된다. 전립선암 가족력(아버지나 형제)이 있는 경우 더 이른 시기(45세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권고된다. 학계에서 조기 발견 확대를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PSA 항목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 불편하긴 하지만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로도 진단 가능하다. 전립선 표면에 단단한 혹이 만져지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된 초기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전립선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전립선적출술이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환자가 수술을 원하지 않는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할 수도 있는데, 수술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암이 전립선 주변 뼈 등에 퍼졌더라도 항호르몬 요법을 시행하면 대개 2~3년은 치료 효과가 탁월하다. 이는 전립선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남성 호르몬(안드로겐)을 억제하는 치료로, 전통적 방식의 주사약과 고환을 제거해 남성 호르몬 생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근래 효과 좋은 새 항호르몬 치료약들이 들어와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전이 부위가 많은 고위험군이나 항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항암요법이 쓰인다. 부작용이 큰 게 흠이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로봇 수술은 540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 팔과 수술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보여주는 선명한 시야(3D 화면) 확보를 통해 손 떨림 없는 수술이 가능하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개복 수술하는 경우 시야가 좋지 않고 출혈이 다소 많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 로봇 수술은 수술 도구를 넣는 1㎝ 안팎의 구멍 5~6개만으로 가능해 상처와 출혈이 적고 주변 조직 및 신경·혈관 손상을 최소화한다. 요실금이나 발기 부전 같은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엔 수술법을 더 개선해 요도의 길이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수술 후 요실금 발생률을 더 낮추고 환자의 일상 회복을 당기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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