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레즈비언 임신부…"역겹다" 맘카페 혐오글에 일침
최근 국내 최초로 '레즈비언 임신부'가 됐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가 된 김규진(31)씨가 맘카페에 올라온 혐오글에 맞대응한 일화를 밝혔다.
3일 김규진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맘카페에 레즈비언 출산 역겹고 어쩌고 하는 글이 있길래 '안녕하세요. 김규진인데 저도 맘인 걸 잊으셨나요?' 하고 댓글 썼더니 헐레벌떡 지우심. 난 또 당당한 줄 알았지 뭐야"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물론 저도 맘카페에 가입할 줄은 몰랐다. 아직 낯설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교 관념에 갇혀서 그런지 동성애자를 보면 가까이 못 할 거 같다'는 글도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고 댓글 달아드렸더니 '제 글에 너무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하고 삭제하시더라. 그래도 앞으로 그러지 맙시다"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29일 김규진씨는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지 4년이 됐는데 곧 단어 하나를 추가할 예정"이라며 "저 임신 8개월"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규진씨는 동성 연인 김세연씨와 지난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혼인 신고를 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해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것도 고려했지만, 정자 기증자를 찾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법적 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진씨는 원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지만, 자신이 현재 행복하기 때문에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임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출산 후 평범하게 산후조리원에 입소해 몸조리할 예정이다. 다만 두 사람은 한국에선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로서의 법의 보호나 혜택 등을 누릴 수 없다.
김씨 부부는 태어날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 갈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태어날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한국 사회를 꿈꾼다고 밝혔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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