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증하는 청소년 마약… 중요한 건 “치료·재활, 그리고 교육”
“저는 중학생 때부터 마약을 했습니다. 뇌가 자라기 전에 마약을 접해서 빠져나오기 더 힘들었죠. 30년 전, 정신병원만 10번을 갔습니다. 그 많은 정신병원에 우울증, 조울증 환자들보다 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정신병자는 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중독은 무서운 병입니다. 여러분들은 약물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없습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
30분 안에 못 구하는 마약이 없는 나라.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현주소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을 뇌 질환이자 만성질환이라며 마약 중독 치료와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청소년 불법도박·마약 근절 연속토론회’ 제2차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 앞서 상영된 영상에는 미국 최대 마약 시장이 있는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의 모습이 담겼다. 이어 마약이 일상에 침투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영상이 상영되는 도중 객석에서 사람들의 탄식이 들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일옥 삼육대학교 간호학 교수는 “대한민국은 마약 사범을 줄이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마약의 굴레에 빠진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계는 중독을 만성질환, 뇌 질환으로 보고 있다”며 “마약 사범들을 범죄자로 보되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마약류 중독 치료와 회복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중학생 때 마약을 접했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중독은 노력과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중독 치료나 재활에 대해서는 가장 후진국”이라며 “이제 청소년 마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청소년 마약 투약자들은 어릴 때부터 치료, 재활에 빨리 집중해야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창길 참사랑병원 회복상담사 역시 10대 시절부터 15년 정도 약물을 투여해 교도소에서 복역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교도소나 구치소에서는 회복이 어렵다”고 덧붙였다.마약 투약자들을 뇌 질환자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고혈압, 당뇨 등 질병은 관리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계속 도와준다”라며 “마약 중독에 대해서는 인식이 거의 없다”고 운을 뗐다. 낙인을 찍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 마약 사범들이 병원에 가거나 치료센터에 가는 건 쉽지 않다”며 “부모도 (청소년들을) 해외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노출과 회복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독은 회전문”이라며 “청소년 마약 사범들이 재활하지 못하면, 100세 시대 이들의 남은 인생을 한국 사회가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치료, 재활과 더불어 교육 방식 개선도 언급했다. 싱가포르는 초등학교 4학년 과학 교과 과정에서 마약을 다룬다. 김 교수는 이 사례를 언급하며 “마약 예방 교육을 정규 교과로 해서 공부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15년 전 예방 교육을 나갔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약 30명 정도 학생들을 교육할 때였다. 마지막에 질문 두 개를 받았는데, 마약 구매 방법과 가격을 물었다. 이게 현실”이라며 “중·고등학생 때는 늦다. 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이란 표현을 일상에서 자주 쓰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생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자신이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마약 튀김처럼 쓰이는 것을 두고 제일 먼저 바꿔야 한다고 말한 사람”라면서 “가면 갈수록 마약의 문제는 심각해지는데, 거리 곳곳 간판에는 마약이란 단어가 적혀 있다”고 말했다. 34년 차 교사인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 역시 “일상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친숙하고, 맛있다는 뜻으로 남발해선 안 된다”면서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작동하게 하는 용어 선정이 뉴스나 일상생활 속에서 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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