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출산… 끝내 ‘영아 살해’의 끔찍한 범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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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A씨는 2021년 4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의 준비 안 된 임신과 출산이 영아살해로까지 이어졌다 할 수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현장에서 보면 사실 부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많은데 관련 정보가 빈약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 임신 상담과 관련된 제도가 충분했다면 과연 영아살해까지 이르렀을지 의문"이라며 "위기 임산부를 출산 전부터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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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범죄 구조적 원인 주목해야
“출산 전부터 위기 임산부 지원 시급”
20대 A씨는 2021년 4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 친부인 남자친구와는 헤어져 연락마저 끊긴 상태였다. 가족이 실망할까 두려워 임신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했다. A씨는 결국 집 화장실에서 홀로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의 몸이 차가워졌지만 다른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아이는 그렇게 수건으로 감싸진 채 방 안에서 숨졌다.
영아유기·살해의 피의자 상당수가 출산과 양육 준비가 안 된 10~20대 ‘위기 임산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국민일보가 영아유기, 유기치사 등 최근 발생한 7건의 1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도 피고인 전원이 20대 이하였다. 판결문에는 ‘경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키울 자신이 없어서’, ‘알려질까 두려워서’ 등의 상황이 공통으로 언급됐다.
20대 B씨는 지난해 8월 호텔 화장실 변기에 앉아 홀로 아이를 출산했다. 집을 나와 모텔을 전전하며 지내던 B씨는 ‘조건만남’으로 만난 남성의 아이를 임신했다. 성매매로 번 돈으로 생활하던 그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숨지게 했다. C씨도 2년 전 강원도 고성의 한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는 ‘키울 자신도, 키울 마음도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 안에 내버려 둔 채 달아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3~2021년 영아살해 피의자 86명 중 10대(29명)와 20대(38명)가 전체 78%가량을 차지했다.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의 준비 안 된 임신과 출산이 영아살해로까지 이어졌다 할 수 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네트워크 대표는 “영아범죄 사례를 보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뒤 주변에서 조언을 받을 상황이 없었던 경우가 많다”며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당황한 상태에서 베이비박스나 입양이라는 대안을 고려할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단절된 이들에겐 지지대가 없다”고 말했다.
‘유령 영아’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에선 영유아 범죄를 막기 위한 법제화에 분주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범죄가 벌어지는 구조적 원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경기도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위기 임산부 핫라인’ 구축에 나서기도 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영아살해 피의자 대부분 청년 빈곤이나 원가정과의 관계 단절, 경계선 지능 등으로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기 임신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현장에서 보면 사실 부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많은데 관련 정보가 빈약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 임신 상담과 관련된 제도가 충분했다면 과연 영아살해까지 이르렀을지 의문”이라며 “위기 임산부를 출산 전부터 지원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신영 이가현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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