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불만 폭발…프랑스 시위, 인접국으로 확산
프랑스에서 10대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와 폭동이 스위스 등 프랑스어권 인접국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사회 내부에 쌓여 있던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24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에서 전날 밤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져 7명이 체포됐다. 스위스 경찰은 포르투갈 소말리아 보스니아 스위스 조지아 세르비아 국적인 15∼17세 남녀 6명을 현장에서 연행했고 스위스 국적의 24세 남성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가 SNS를 통해 조직됐으며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폭력 시위에 자극받아 벌어진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벨기에에서도 수도 브뤼셀에서 지난달 29일 유사한 시위가 벌어져 12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폭력 시위는 지난달 27일부터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를 둔 이민자 2세 나엘 M(17)이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민 가정의 10대가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현재까지 30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경찰관 45명이 다쳤고 차량 577대와 건물 74채가 불탔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항의가 폭동으로 번진 배경에는 프랑스 내 인종, 계급 갈등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이번 폭등은 개별적 사건이 아닌 프랑스의 인종적 동화, 세속주의, 획일적 정체성과 관련한 독단적 체제에 반기를 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 폭동은 반 경찰, 반 권위에 대한 것”이라며 “지난 18개월 동안 17명이 경찰의 정차 명령을 거부하다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대부분이 아프리카 또는 북아프리카 출신이었다”라고 짚었다.
일부 정치 지도자도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상황을 악화시켰다. 극우 성향 ‘재정복(Reconquête)’당의 에리크 제무르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게재한 글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 가운데 있는 ‘소수 민족과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전국경찰동맹은 성명에서 시위대를 ‘해충’이라고 칭하며 “이 야만적인 무리에게 침착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2일 새벽 중도 우파 성향 공화당의 대변인인 파리 외곽 라이레로즈의 시장 뱅상 장브룅(39)의 자택도 습격했다. 장브룅이 시청에서 업무를 보는 사이 그의 집에 차를 타고 돌진하며 불을 질렀다. 장브룅 시장은 “5살, 7살 아이들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도망가던 아내가 다리를 다쳐 수술받았고 앞으로 3개월간 치료를 받게 됐다”며 “어젯밤 공포와 불명예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숨진 나엘의 할머니인 나디아는 BMF TV에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폭력적인 시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나디아는 “그들(폭도)은 나엘 핑계를 대고 있다.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총리, 내무·법무장관 등과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라이레로즈를 방문한 자리에서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일 밤에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났고 체포된 사람도 157명으로 줄었지만 ‘2005년 폭동’ 때처럼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서 아프리카 출신 두 10대 소년이 경찰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하면서 3주 동안 폭동 사태가 벌어졌다. 건물 약 300채와 차량 1만 대가 불탔으며 미성년자를 포함해 3000여명이 체포됐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폭동은 교외 지역에 국한됐던 2005년 사태와 비교했을 때 이미 새로운 경계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 이어 프랑스어권 국가로 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시위대와 경찰의 직접적 대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쿄 한복판서 건물 폭발… 도로에 잔해 흩어져
- “아기 백일날 경비실에서 불쑥 찾아왔습니다” [아살세]
- ‘사생활 유출’ 황의조, 비공개로 경찰 출석…고소인 조사
- 文 “아직도 냉전적 사고”…尹 대북 정책 작심 비판
- 전 여친 잠들자 일방적 성관계… 檢 불기소, 뒤집혔다
- 등산객 온몸에 러브버그… 심각한 북한산 상황 [영상]
- 흉기 준비해 5분만에…술집 여주인·손님 살해 뒤 ‘자해’
- 류호정, 이번엔 배꼽티‧미니스커트…퀴어축제 파격 패션
- 그 변사자, 언제 어디서 죽었을까… 곤충은 알고 있다
- “오염수도 광우병과 똑같아”… 與, ‘광우병 시위’ 민경우 강의 듣는다